건강보험 국고지원 관련 법규정 일몰...보험료 부담 확대 우려
"윤정부, 서민에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 꺼려"
문케어 상징 '뇌·뇌혈관 MRI' 급여, 선별집중심사로 관리 강화

[라포르시안]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근거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이 지난달 31일자로 일몰제 적용을 받아 효력을 상실했다. 건강보험에 국고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는 상황이 됐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를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 9건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현행 건강보험법 제108조(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1항은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국민건강증진법 관련 부칙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5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2022년 12월 31일까지 매년 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보공단에 지원한다'고 규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일몰 기한을 5년 연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반면 야당은 일몰제 폐지와 국고 지원 제도화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등 법개정이 무산된 채 지난달 31일자로 종료되면서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건 물론 가입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노조에 따르면 국고 지원이 없으면 가입자 보험료율을 18% 가까이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명분으로 보장성 축소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작 국고지원에 대한 일몰 폐지를 거부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의료·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 민주당은 수십만의 국민들이 이름을 걸고 일몰 폐지를 요구하고, 다수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국고 지원 일몰을 폐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하다며 겁주기에만 골몰하던 윤석열 정부는 결국 일몰 폐지를 거부함으로써 건보 재정이 불안정해지더라도 국고 지원을 늘려 건강보험을 강화할 생각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는 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꺼린다. 처음으로 국고지원 일몰제를 폐지하지도 연장하지도 않음으로써 그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오히려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서민들을 도덕적으로 해이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보장성을 낮춰 함부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던 집권 기간에도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나 일몰 폐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무능한 민주당은, 그 때문에 정권을 잃었는데도 소수 여당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며 "여당이 반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다수 의석의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가 민생을 챙긴다는 걸 보여주려면 건강보험 국고 지원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금도 차고 넘치는 부유층과 위기의 책임을 물어야 할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데 돈을 쓸 게 아니라, 서민들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늘려 보장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다수 의석을 깔고 앉아 있는 민주당은 그 의석 값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대표적인 급여항목인 뇌·뇌혈관 MRI에 대해서 올해부터 선별집중심사를 통해 관리를 강화한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선민)은 지난달 30일 2023년도 선별집중심사 항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선별집중심사란 진료비 증가, 심사상 문제, 사회적 이슈가 되는 항목 등 진료경향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하여 사전예고 후 집중심사를 통해 요양기관의 자율적 진료경향 개선을 유도하는 사전 예방적 심사제도다. 심사평가원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고 요양기관이 적정진료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2007년부터 선별집중심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2023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은 총 17개 항목이며 요양기관 종별 특성을 반영해 상급종합병원 12항목, 종합병원 14항목, 병·의원 10항목으로 선정했다. 

신규항목으로는 ▲신경차단술 ▲안구광학단층촬영 ▲양전자방출단층촬영-토르소 ▲두통·어지럼에 시행한 뇌·뇌혈관·경부혈관 MRI ▲GnRHa 주사제 ▲한방분야의 3술(침술·구술·부항술) 동시 시술을 선정했다. 또 ▲면역관문억제제 ▲TNF-α inhibitor ▲비타민D 검사 등이다.

특히 신규항목으로 포함된 두통·어지럼에 시행한 뇌·뇌혈관·경부혈관 MRI 검사는 문케어 추진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했다. 뇌·뇌혈관 MRI 검사는 급여 전환 이후 촬영건수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MRI와 초음파 검사 등 급여 항목과 기준에 대한 재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8일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서 MRI 등 이용량 급증 항목은 선별집중심사 등으로 진료비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선별집중심사 대상에 두통·어지럼에 시행한 뇌·뇌혈관·경부혈관 MRI를 포함한 건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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