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일몰 폐지·연장 의견차로 관련법 처리 못해
법개정 없으면 건보 국고지원 근거 사라져
시민사회 "정부·국회, 국고지원 정상화 논의에 적극 나서야"

[라포르시안]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처리를 하지 못하면서 내일(31일)을 기점으로 효력이 사라질 상황에 놓였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올해 말로 종료될 경우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건 물론 가입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야는 지난 28일 일몰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었지만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관련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일몰 규정을 폐지하고 국고 지원을 항구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고지원 일몰제를 5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고지원 일몰제를 폐지하고 국고지원 비율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9건의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오는 31일자로 일몰을 맞아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건강보험 국고 지원은 법적인 근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현행 건강보험법 제108조(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1항은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국민건강증진법 관련 부칙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5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2022년 12월 31일까지 매년 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보공단에 지원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도록 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지원 규정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고 관련법에 일몰기한을 명시해 놓았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등 법개정 없이 이달 31일자로 종료되면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건 물론 가입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고지원이 일몰로 효력을 잃게 되면 당장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편성해 놓은 12조 4,102억원의 국고지원금 처리도 불투명해진다. 국고지원 예산으로 처리할 법적인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일몰 규정 폐지 법안 논의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근거 규정마저 사라질 처지에 놓여도,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제도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처 간 이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일몰제 폐지는 반대하면서, 겨우 일몰 규정을 몇 년 연장하는 안으로 땜질식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을 5년 더 연장하자는 정부 측 입장에 동의하는 상황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국고지원 일몰조항(건보법 제108조)에 대한 정부의견은 ‘5년 일몰 연장’으로, 정부 내 입장 차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을 폐지하고 항구적 지원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항구적 국고 지원을 법제화하고 국고지원 비율을 법률에 따라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관련법 규정에 따르면 국고 지원금 규모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 돼야 하지만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 13~14% 수준에서 지원되는 것에 그쳤다. 2007년부터 2021년 사이 미지급된 국고지원금 규모만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고 "올해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항구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5년 후에 또다시 일몰제를 둘러싼 지난한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는 국고 지원 일몰제 폐지마저 반대하는 몽니를 부리며 결국 2023년을 앞두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근거를 없애 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부의 일련의 정책기조는 재정효율화 프레임에 갇혀 국민 건강권과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건강보험체계의 근본적인 목적을 잊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국고지원 일몰제 폐기, 건강보험 국고 지원 비율 정상화를 위한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의료계에서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고지원과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은 가장 중요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뿐 아니라 4대 보험 중 전국민이 보장받는 유일한 사회보험제도로,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고지원의 안정적인 지원과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재정확충 방안도 정부가 책임감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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