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법 개정안에 우려 입장 밝혀..."건강보험 진료체계 왜곡 초래"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안을 국회에서 승인하게 되면 국민의 건강과 적정 의료 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전까지 국회에 보고하고, 재정의 결산도 국회의 승인을 받아 공표토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복지부장관이 이전 회계연도의 국민건강보험 재정결산서를 작성해 감사원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재정결산서와 감사원 검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 국회의 승인을 받고 공표토록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서 심의·의결할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성과 상호 견제,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적정 의료 제공이라는 건강보험 본연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결정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건강보험 재정이 복지부 및 기획재정부의 심의 승인,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의 통제 기전과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국고지원금은 복지부 소관 세입·세출 예·결산 심의를 받고 있으며, 전체 건강보험급여비용 지원은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최종 승인을 받는 통제를 받고 있다.

의협은 “건보공단의 예·결산은 복지부장관의 승인 하에 운용될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재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검증 기전을 이미 갖추고 있고, 보험재정에 관련된 사항은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운영위에서 심의·의결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가입자·공급자·보험자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재정 지출 요인을 고려해 국민부담의 적정 수준을 의결하고 있어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최대한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법안의 개정취지와 같이 건강보험 재정의 투명성 담보를 위해서라면 현행의 기본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가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 의협 측의 주장이다.

건강보험이 단기 수지균형의 원리에 의해 보험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부담과 급여의 수지균형의 원리에 의해 연단위로 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단기보험 성격이 강한 건강보험은 그만큼 의료 환경과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험재정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국회에 재정운용계획 보고는 상황에 따라 긴급한 보험재정의 투입 결정 등 신속한 관리체계의 부재로 인해 오히려 의료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고,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 저해와 건강보험 진료체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본연의 기능과 운영 방향이 정치적 상황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협은 “보험적용이 되는 질병의 대상, 범위,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건강보험 전반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그 우선순위가 정치적 상황, 가령 민감한 정치 현안이나 사건이 대두됐을 때 국회 당론으로 인한 여·야의 갈등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차선으로 밀리게 되면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사태 등 신속한 재원 투입이 필요한 경우 적시에 탄력적인 건보재정 투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의협은 “코로나19 사태에 검사비 및 치료비 등으로 8조 이상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이 투입됐고, 확진자 수에 따른 유행단계별로 관련 수가적용기준이 달라지는 등 상황에 따라 긴급하게 건강보험 재정 투입여부 등을 결정하고 건정심에 사후 보고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기금화가 이뤄질 경우 이런 의료 재난 사태 등을 위한 재정의 적시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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