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대한약사회 부회장)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등의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 정책을 놓고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세다. 의료계는 이런 정책 추진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약계의 부위기도 다르지 않다. 법인약국 허용 추진을 놓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인약국 도입시 동네약국의 몰락을 초래해 국민들의 약국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약사 일자리마저 감소하게 돼 약제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을 만나 법인약국 허용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바 있다. 정부는 이 판결을 근거로 법인약국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약사법을 개정해 법인약국을 도입하려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닌가.

“당시 판결을 살펴보면 관련 규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현재 법을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는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판시했다. 헌법불합치 판결만으로는 법인약국 허용의 명분이 될 수 없다.”

- 그렇다면 정부가 법인약국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복지부가 명분은 헌법불합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법인약국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왜 문제가 되나.

“보건의료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드라이브 걸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보건의료는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복지부의 경제적 시각이란 결국 보건의료를 건강의 문제가 아닌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약사회가 반대하는 것이다.”

-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법인약국 도입시 약국경영 효율화, 처방약 구비, 심야․휴일영업 활성화 등 약제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주요 추진 방향 중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또 이를 위해 관련 산업의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법인약국을 허용할 경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인약국이 도입되면 체인약국 형식으로 많은 약국이 새로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약업 시장이 한정돼 있다는 점과 법인약국 도입시 지역거점 약국 형식으로 약국 간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전체 약국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 사례를 봐도 법인약국 도입 후 전체 약국 수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약국 수가 줄기는 해도 약국 대형화에 따라 근무 약사 수는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법인약국은 당연히 경제성과 투자대비 효율성을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인 만큼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려 할 것이다. 최소한의 경비를 위해 인력을 가능한 줄일 것은 뻔한 일이다. 외국 사례도 보면 법인약국 도입 후 약국당 평균 근무자수가 다 감소했다. 결국 법인약국 도입은 투자활성화 대책이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과 오히려 상반되는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 국민의 약국 접근성이나 편의성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나.

“투자활성화는 그 열매가 국민건강 증진 등 전체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자본을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돈을 버는 좋은 방법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결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정책이다. 법인약국의 경우 혼자하는 약국보다 규모가 커지고 사업에 관여하는 주주가 많아지다 보면 이윤추구를 위해 동네가 아닌 도심을 대상으로 약국을 설립하게 돼 동네약국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국민의 약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네 구석구석 약국이 있어야 한다. 약국이 도심에 몰려있을 경우 오히려 접근성은 떨어진다. 법인약국이 작은 동네에 진출하지 않기 때문에 동네약국이 생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규모가 한정된 약업시장에서 법인약국이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면 경쟁력이 취약한 동네약국은 자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헝가리의 경우 법인약국이 도입되자 도심에만 약국이 생기고 동네약국은 거의다 없어졌다. 이런 이유로 헝가리 정부는 법인약국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되돌렸다.”

- 복지부는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약사회에서 언급한 노르웨이나 헝가리의 사례는 모두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을 허용한 경우’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법인약국의 형태로 주식회사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대형자본에 의한 독과점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복지부의 해명일 뿐이다. 복지부 입장대로 한다고 해도 약사회가 우려하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한약사회는 지난 5일 약사회관에서 법인약국 허용을 저지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 법인약국 도입 저지를 위한 약사회 차원의 대정부 투쟁 로드맵은 마련돼 있나.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방향까지 공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모든 투쟁방법은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약사회의 투쟁은 국민과 함께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 조찬휘 약사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 활성화를 통한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두고 의사단체의 반발이 심하다.

“동일성분조제가 예를 들어 약사만 좋고 국민과 정부가 손해를 보는 정책이라면 절대로 시행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동일성분조제는 국민에게는 약제비 절감을, 정부에는 건보재정 절감의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 아닌가.”

- 대체조제시 약사에게는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나.

“맞다. 실제로 의사단체에서 대체조제 인센티브를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약사들은 대체조제에 따른 인센티브를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약사 중에서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대체조제를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국민과 정부를 위해 대체조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대체조제를 가로막는 여러 절차적인 문제, 제도적인 문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이다.”

-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의약품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2006년 대규모 생동성시험 결과자료 조작 파문이 발생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초창기에 생물학적 동등성시험과 관련된 비리가 있었고,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생동성시험에 대한 불신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해소가 됐다고 본다.”

-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효가 80~120% 범위에 들면 생동성시험을 통과한다. 그러나 약효에 있어서 40%의 차이는 지나치게 큰 간격이 아닌가.

“생동성 시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동성 시험을 실시할 때 많은 수의 데이터를 뽑다 보면 데이터가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게 된다. 제네릭 의약품이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분포가 80~120%의 사이에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3시그마 계산법에 따르면 전체 데이터의 99.7% 정도가 오리지널 의약품 효능 대비 97~102%의 효능을 보여 중앙값(100%)과 5~6%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결국 동일성분제제나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효과는 같다고 봐야 한다. 단순히 80%의 효능을 가진 약과 120% 효능을 가진 약의 차이가 40%라는 식으로 해석해선 안된다. 의사들이 생동성 시험 과정이나 데이터 산출방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보건당국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약사회도 생동성 시험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고 교육할 계획이다.”

- 최근 약사회 산하 재단법인인 약학정보원이 무단으로 환자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재가공해 판매한 것을 두고 비난이 거세다. 이 때문에 약사회를 향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약학정보원이 약사회 산하단체이긴 하지만 실제 조직이나 업무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약국관리 프로그램인 'PM2000'의 관리도 약학정보원에 위탁한 상태다. PM2000과 관련된 모든 것은 약학정보원이 독자적으로 맡고 있다. 약사회의 결재는 필요없다.”

- 약학정보원 이사 중에는 약사회 임원도 포함돼 있다. 약학정보원 이사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

“약학정보원 이사회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는 하지만 환자정보 수집 및 제공 등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 약사회는 최근 약학정보원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전임 집행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 집행부는 모르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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