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혐의 증명 부족하다" 판단해
사무장병원은 건보 재정 누수 주요인으로 꼽혀
野 "건보 보장성 축소가 아니라 재정 누수 불법행위 단속 강화해야"

[라포르시안]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20억원이 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모 (76)씨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은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2013년 5월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42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2020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병원을 운영,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씨가 관여한 사정이 인정되며, 사위를 통해 병원 운영, 자금 조달 관여 부분에 개입을 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사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쟁점은 의료법 위반 등 법행의 공동정범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한지 여부와 피고인 최씨에게 유죄 확정된 공범들과의 공동가공 의사와 공범들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최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최씨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검사의 증명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한편 현행 의료법상 비의료인은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다만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고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법인’은 병원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으로 운영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사무장병원’ 운영에 해당하고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에 대한 사기가 성립된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와 관련된 이 사건은 2015년 파주경찰서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파주경찰서는 비영리 의료법인을 이용해 투자자들로부터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법인자금을 빼돌리는 등 속칭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피의자 J씨를 구속하고, 의료법인 공동이사장 K씨, Y씨 등 2명을 의료법위반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파주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J씨는 의료법인 설립요건(이사 5명, 감사 1명)에 맞춰 병원사업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요양병원을 개원했다. 이후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5개월간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23억원을 부정수급했다. 특히 장부를 조작해 법인자금을 차명계좌로 빼돌리거나 법인 부대시설 임대료를 차명계좌로 입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J씨는 ‘S의료재단 이사장’, ‘M요양병원장’이 새겨진 명함을 파고 다니면서 재력과 지위를 과시했으며, 피의자에게 속은 투자자들은 피의자로부터 투자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다. 파주경찰서는 J씨와 Y씨, K씨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2015년 6월 검찰에 송치했다.

고양지청은 같은 해 7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고, J씨는 징역 4년, Y씨와 K씨는 징역 2년6개월 및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하지만 경찰 수사단계에서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는 입건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도 없었다. <관련 기사: 서영석 의원, 윤석열 장모 '사무장병원 사건' 진상규명 촉구> 

mbc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mbc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최씨가 의료재단 설립 당시 2억원을 투자하고 공동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2014년 공동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2020년 4월 최씨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2021년 5월 31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 심리로 열린 최씨 결심공판에서 “최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게 명백하고 다른 공범들의 범행 실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고, 1심은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건보공단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부당이득으로 고지한 금액이 3조 5,0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인 오늘(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대통령의 장모처럼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사람은 솜방망이 처벌인데 애꿎은 국민들의 의료비 지원이 축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약화시켜 국민 건강도 각자도생으로 내몰 일이 아니고 건보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불법 행위부터 더 철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