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들, 분원 설립 잇따라...지역 의료자원 쏠림 가속화
"지역 중소 병의원 경증환자까지 빼앗아...의료생태계 파괴"

[라포르시안] 대형병원들의 몸집 키우기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분원 설립이 잇따르면서 향후 수도권에 개원 예정인 대학병원 분원만 10여 곳에 병상수로 6000개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20년에 755병상 규모로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700병상 규모 중앙대광명병원이 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도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800병상 규모 분원을 각각 시흥과 송도에 신축하고 있다. 경희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한양대병원도 수도권 지역에 각각 500~800병상 규모 분원 설립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나서는 건 생존을 위해서다. 지금의 의료공급체계에서는 몸집을 키워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더 많은 진료수입을 올려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병원이 진료, 검사, 처치행위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얻는 행위별수가제가 맞물려 '더 많은 환자를 더 빨리 진료하는' 게 병원의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자리잡았다. 

더 많은 환자를 더 빨리 진료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경증환자도 가릴 것 없이 다 진료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나마 경증환자는 동네의원,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의료전달체계의 희미한 흔적도 사라질 판이다.

의료계에 내에서도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여러 편의점과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경쟁하는 모양새처럼 대학병원이 분원 개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의료 공룡화로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대형병원이 분원을 열면서 지방의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의료자원 수급 불균형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대개협은 "유명 대학병원의 분원 개설은 지역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 시설과 인력, 브랜드와 자본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대학병원 분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며 "일차적으로 지역 의료 수요를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코로나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지역 의료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자원이 대형병원이 설립한 분원으로 쏠리면 기존 지역 병의원의 몰락을 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대개협은 "중증 환자 진료와 연구 및 의학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3차 의료기관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돼 의료전달체계는 무력화될 것"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정부 당국은 당장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설치에 대하여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역 의료를 말살하고 의료전달체계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를 그냥 자본 경쟁과 규모의 논리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며 "수도권 병상 종량제 도입과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의 인허가 권한을 지자체장이 아닌 중앙정부로 해 국가 균형 발전을 고려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병원이 분원 설립으로 몸집을 키우면 건강보험 재정난을 초래하고, 국민 의료비 지출도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는 환자와 의료인 간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특성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대형병원은 분원 설립에 들어간 비용을 보존하고, 추가한 수백개 규모 병상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의료수요 창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소비가 공급을 촉진하는 경제 원리에 반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의료”라며 만들어진 병상은 반드시 채워지며,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필요한 대학병원의 병실은 병상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비용 소비적으로 채워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병협은 "치료와 검진을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속성상 대형병원은 더 많은 검사를 요구하고 환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이는 보험재정을 고갈을 촉진하고, MRI를 포함한 여러 비급여 검사는 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비해 더 비싸기 때문에 개인 의료비 지출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대학병원의 몸집 키우기 경쟁이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몰락을 초래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병협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각 역할이 있는데, 대학병원 증설 경쟁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목숨을 끊어 의료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대학병원이 중증 진료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를 제한하고, 의료비용의 급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대형병원의 병상 수를 지역별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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