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전에 해야 할 일들

[라포르시안] 대전시장이 물꼬를 튼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논의가 일주일 동안 전개되는 양상을 보는 심경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대전시 발표 직후인 12월 5일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해제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가, 다음 날에는 “1월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 자율형 방역이라는 동조 발언들이 나오고, 정부는 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로드맵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최근 일주일(12.5~12.11) 1일 평균 확진자 수는 6만 여명, 1일 평균 사망자 수는 49명에 이른다. 한때 확진자 숫자나 치명률, 백신접종률 등은 정부의 방역목표 자체인 듯 여겨졌는데, 지금 정부는 그런 숫자의 통치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2가백신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낮고 겨울철 재유행이 예상된다고 하면서도 실내마스크 해제 논의는 정식화되는 수순이다. 

거의 3년째 어린 아이들까지 마스크를 끼고 살았으니, 누구나 마스크가 답답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행정명령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가 해제의 근거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방역당국을 중심으로 1주일 만에 방침이 정해지고 전문가 토론회와 자문위원회가 바로 이어서 열릴 예정이다. 

이 과정을 보면, 마스크 착용의 보건학적 효과와 사회적 손실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어떤 지식을 만들었고, 착용 해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사회서비스와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축소하면서, 오로지 마스크 착용으로 상징되는 방역의 개인 책임화를 견지해온 것은 아닌지. 더욱이 코로나 초기 마스크 착용기준을 둘러싼 국내외의 혼선을 떠올린다면, 시민의 안전과 더 넓은 복리를 위해 먼저 방역당국이 주도하여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정치적으로 그 방향과 속도가 정해지는 인상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곧 실제적인 코로나19 방역의 해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힘써서 해야 할 일은 코로나 대응에서 얻은 교훈을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확립하는 일이다. 새로운 사회계약이란 가령 이런 것들이다.  

첫째, 시민적 지식과 이해를 포함할 것. 코로나는 공중보건 이슈이기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와 역학자 등 일부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정부 위원회와 자문회의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지만, 이런 전문가모델은 사회적 기반이 취약하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위원이 참여한다고 해도 명목적이고 형식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전문가와 관료의 결정을 승인하는 참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서 시민들의 지식과 이해에 기반한 정책 기획과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협력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마스크 착용 해제 결정과정에서도 보건의료적 평가 외에도, 마스크 착용이 미친 다양한 교육적·사회적·정서적 영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들어야 한다. 이 자체가 거대한 역사적 경험이자 다음에 올 감염병에 대한 대비라면, 광범위한 시민관점의 지식과 실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공중보건정책 뿐만 아니라, 시민의 삶에 대한 모든 결정들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둘째, 감염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해야 했던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보상의 제도화. 여기에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상병수당 도입이나 노동환경 개선까지 포함된다. 

셋째, 장애인들이 격리된 집단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탈시설화 논의. 장애 당사자들은 감염병 대응뿐만 아니라, 인권과 존엄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탈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집단시설의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취약집단의 보호. 취약집단들에 대한 감염병 대응의 가장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감염율과 사망률 등 공식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들의 주거환경과 노동조건 개선에 개입하지 않으면 어떤 감염병에 대해서도 안전하지 않다.

다섯째,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예산과 감염병 대응 보건의료인력의 확보.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 대응 여파로부터 회복할 때까지 예산을 지원하고,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여섯째, 공적 돌봄서비스의 확대 및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돌봄노동이 사회적 인정을 받고 국가의 책임 하에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예산 배정과 국공립 돌봄서비스 기관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   

이상은 우리 연구소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주장들이지만 사회 각 부문에는 더 많은 ‘새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요구와 상상이 존재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핵심은 사람 관점에서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하며 정의와 형평,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코로나의 희생과 고통을 기억하며 한 걸음 전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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