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 급여기준 강화, 일부 급여화 전환 재검토
시민단체 "환자들 병원비 높여 건강보험 재정 아끼겠다는 것"

[라포르시안] 가뜩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의지가 부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보장성 축소를 추진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이 지출 효율화로 절감된 건강보험 재원을 필수의료 기반 확충에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출 효율화를 앞세워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공공의료 확충보다는 민간의료기관 보상 확대에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보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효율화 방안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 급여 항목과 기준에 대한 재점검 ▲공정한 건강보험 자격관리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재정누수 점검과 비급여 관리 등을 제시했다. 

과잉의료 발생을 이유로 의료적 필요도에 기반해 급여기준과 항목을 재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워다. 최우선 타깃은 MRI와 초음파 검사다.

급여화된 MRI·초음파 중 ’재정목표‘ 대비 지출 초과 항목, 이상사례 발견 항목 중심으로 급여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뇌·뇌혈관 MRI는 현재 두통·어지럼에 대해 '신경학적 검사 시 급여 인정, 최대 3촬영까지 산정'하지만 이를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 있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하고, 최대 2촬영까지 산정' 식으로 급여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날짜에 여러 부위를 동시에 하는 초음파 검사는 최대 산정 가능 개수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은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필수 항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환자 본인부담을 높이는 제도 변경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과다 의료이용·공급에 대한 관리기전이 부족해 도덕적 해이 및 불필요한 의료남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외래의료이용량 기반 본인부담률 차등제(가칭)’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간 365회 초과 외래이용에 대해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정특례 적용기준 관리 강화를 위해 특례 적용 중증질환의 합병증 범위에서 특례 질환과 관련성 낮은 경증질환부터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에 대한 건강보험 자격요건 강화로 의료이용목적 입국과 무임승차를 방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복지부는 외국인 피부양자 건보 적용에 필수 체류기간 '6개월'을 규정해 의료목적 입국을 방지하고,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지역가입자로 국내 입국한 경우 입국 후 6개월 경과한 뒤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서 시민단체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안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한국은 의료 보장성이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가계소득 대비 의료비 본인부담 지출 비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역대 정부들은 극히 부족하나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정책들을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 강화계획을 내놓기는커녕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보장성을 축소시키려 하는 퇴행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RI, 초음파 급여 재검토는 ‘문재인케어’를 되돌리려는 보장성 후퇴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기준도 상향하려고 한다. 현재의 건강보험 상한제도 주요국가 제도에 비추어 충분치 않고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아 유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이를 강화하기는커녕 축소하려는 것"이라며 "재난적 의료비 선별지원을 말하지만,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높은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성 자체가 낮아서다.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재난적 의료비를 발생시키고 그 중 일부를 선별 지원하겠다는 것은 빈곤을 낳고 그것을 지원하겠다는 식의 기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행위별수가제'와 '공공의료 부족'이라는 의료체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두고 재정지출 책임을 환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보장성 강화정책이 과잉진료를 낳는다고 주장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도 과잉진료를 낳는 것은 병원이 진료, 검사, 처치 등 행위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얻는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며 "의료공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는 것으로, 민간의료기관이 95%를 차지하는 극도로 상업화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돈벌이를 장려하는 제도를 고수하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만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이런 객관적 사실을 외면하고 보장성 강화정책을 공격하고 있으며, 환자들 병원비를 높여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겠다는 것"이라며 "극히 일부인 과다 의료이용을 언급하며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인 양 부풀리고, 외국인 피부양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려고 한다. 이는 매우 저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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