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팜캐드 사업개발 전무)

[라포르시안] 헬스인싸를 통해 한번쯤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인재에 대한 내용이다.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스타트업 3만4362곳의 고용 인원은 총 76만1082명에 달한다. 초기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스타트업은 중기부터 그야말로 인재 영입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업체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의 요건을 살펴보면 첫째 자신의 분야에서의 확실한 전문성과 함께 업무 확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은 업무 세분화로 직원들의 전문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스타트업으로 스카우트되거나 이직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업 특성상 초기 단계일수록 다양한 업무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CFO 역할을 하지만 재무·회계 및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인사나 기타 경영 지원부서 업무를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는 CFO로서의 전문성은 물론 타 업무에 대한 관심과 확장성이 가능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 물론 전문성은 있지만 추가적인 업무나 역할로 인해 대표와의 이견과 갈등 때문에 퇴사하는 일도 적지 않다. 만약 전문성을 높이는 커리어를 통해 한 분야 전문가로서 성장하고자 한다면 스타트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을 추천한다.

둘째 스타트업에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원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고 심플한 요구사항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경험상 생각보다 이런 사람을 회사에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적극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한 부분이라도 직접 눈으로 발로 확인 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그러나 회사 내 70~80%는 새로운 일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와 비판이 앞선다. 심지어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면 “진취적이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초기 스타트업은 직무 자체가 세분화·체계화돼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하나씩 루틴으로 해 업무를 빌드업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진취적인 사람이 바로 스타트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다. 정반대로 자신의 업무보다는 타인이나 다른 부서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등 잿밥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대체로 이러한 부류들은 본인 직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부족하거니와 업무의 질 또한 현격히 떨어진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회사에 관심이 많고 진취적이라고 평가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셋째 스타트업은 의사소통과 협업에 능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 아마도 어느 회사나 원하는 인재일 것이고 특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아주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회사에서 리더로 인정받는 사람은 의사소통과 협업 역량을 모두 소유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소통의 기술을 갖고 있었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직원들이 기본적인 사내 에티켓이나 역량 강화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각자의 개성과 역량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 또한 빈번하다. 그리고 조직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인력이나 경력자가 충원되는데 신규입사자의 소프트 랜딩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지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응을 잘하고 신뢰를 얻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마지막으로 실무형 리더와 인재가 필요하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대표부터 말단까지 실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효율성이 높고 리소스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리더조차 실무형이 아니면 새로운 인력 혹은 전문가를 채용해 부족한 업무나 역량을 채우고자 하겠지만 이는 그야말로 옥상옥이다. 물론 업무를 잘 지시하고 부서 직원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도록 코칭을 잘하는 리더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기본적인 부분조차 개발되지 않은 직원도 많이 있기 때문에 실무를 같이하면서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실무형 리더가 필요하다.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실무 능력 없이 보고와 지시 위주로 업무를 처리하는 리더 때문에 회사를 떠나거나 불화가 생기는 일도 적지 않다.특히 스타트업은 조직의 성장과 함께 직원 역량도 성장시켜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고자 한다면 결국 역량 있는 실무형 리더와 인재가 많은 스타트업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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