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협회 정책포럼서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 소개
"혁신의료기술 해당 제품, 선별급여 90% 적용"

[라포르시안]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로 '국내 1호' 출시가 예상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급여등재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조영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지난 24일 온라인(Zoom)으로 열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정책 포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고려사항과 현재 검토 중인 급여등재 실행 계획을 설명했다.

앞서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위해 2차례 정책연구를 시행했으며, 급여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 등재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복지부는 큰 틀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법령 개정과 지불제도 등 거버넌스 개편을 목적으로 중장기 정책연구를 추가로 발주해 현재 계약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AI 영상판독·디지털 치료기기 등 건강보험 적용 길 열린다>   

조영대 사무관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시공간 제약 해소, 미충족 의료 수요 충족, 환자 중심 의료 전환 등 장점과 함께 진료 효율성 증대 및 의료비 절감 편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총 11개 디지털 치료기기가 제품 단계인 확증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은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되 건강보험 관점에서의 비용효과성과 함께 환자 비용부담이나 사회적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더욱이 전통적인 의료기기·의약품과 달리 그 사용 방식이 의사 처방을 받아 환자가 자택에서 사용하는 형태인 만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급여 결정 시 환자 순응도에 따른 사용성 평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사무관은 앞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공적 재원으로 급여한 독일, 영국, 일본의 급여등재 사례를 소개하며 국가별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기관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 모델을 참고할 때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은 신속 등재 절차(DiGA Fast-Track)를 신설해 디지털 치료기기의 치료 효과 입증 여부와 상관없이 12개월 동안 정식 및 임시 등재 절차를 적용했다. 이 결과 1년간 약 5만 건의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환자가 실제 사용한 경우는 4만 건이었으며, 총 1300만 유로(약 172억 원)의 재정이 소요됐다.

하지만 보험자연합인 독일질병금고연합회(GKV)는 신속 트랙을 통한 시장 진입 기회 제공 대비 낮은 수준의 혁신성과 긍정적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을 이유로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실제로 디지털 치료기기 총 20개 제품 가운데 5개가 정식 등재되고, 나머지 15개는 1년이 경과됐지만 여전히 테스트 단계에 머물렀다. 여기에 의료인의 디지털 치료기기 수용도 또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08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2%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실제 '본인 처방 경험'은 10%에 불과했다. 30%만이 '1년 내 처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하는 의사에게 2유로의 보상이 이뤄졌다.

조영대 사무관은 심평원이 디지털 치료기기의 국내 건강보험 적용방안을 마련하고자 기초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이해관계자인 학계·의료계·산업계·소비자들의 의견 수렴 내용을 근거로 추진 중인 급여등재 실행안을 설명했다.

조 사무관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 및 적용 방법’과 관련해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 효과로 임상적 유효성이 있다면 당연히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상 시장 진입 기간이 길면 제품이 뒤쳐질 수 있어 패스트트랙을 통한 건강보험 조기 진입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조기 진입 시 가령 선별급여 90% 적용 등 임시등재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처음 도입되는 영역인 만큼 비급여로 하거나 참조가격제처럼 ‘급여+비급여’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요양급여 결정 기준’에 대해서는 요양급여 결정 시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를 통한 임상적 유효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표준치료 대비 요구되는 효과성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즉 표준치료 대비 치료 효과가 비열등 이상인 디지털 치료기기만 등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표준치료 대비 치료 효과가 열등한 경우에도 등재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디지털 치료기기 보상 체계 설계는 기존 의료행위 수가와 비교해 일정 비율을 적용하되 원가 기반의 상한금액 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더불어 ‘의사 행위료’와 같은 별도 보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조 사무관은 복지부가 검토 중인 급여등재 방향에 대해 “디지털 치료기기는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을 적용해 해당 기간 내 현장 도입과 활용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식 건강보험 급여등재를 결정하는 방안을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특정 행위군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성능 차이와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제품별 등재가 필요하고, 혁신의료기술에 해당하는 제품의 경우 선별급여 90% 적용으로 정식등재를 위한 전 단계로서 예비등재(임시등재)를 활용하되 개발 원가·예상 사용량·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한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디지털 치료기기의 정식 등재는 올해 또는 내년 초 예상되는 등재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지불제도와 재원에 대해 부처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공백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같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급여 적정성 측면에서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사무관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환자 중심에 시간 공간적 제약 없이 접근성 제고가 가능하고 비용 절감의 기회가 된다면 건강보험에 시의성 있게 진입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건강보험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며 “디지털 치료기기의 급여 등재를 위해 이해관계자 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보편성·형평성 등 건강보험의 기본 가치와 기술혁신의 가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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