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 열려
"중환자의료 인프라 확충, 제도적·수가적 다양한 접근 필요"

[라포르시안]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사망률이 다른 현실이다. 심지어는 같은 지역에 살아도 어느 병원에 가느냐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바뀐다. 생존율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

중환자 의료체계에서 전문 의료인력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중환자실에 상주하면서 상시 연락이 가능하고,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방법 등을 결정하는 전문인력이다.
 
정부는 2008년 의료법에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고 전담전문의 배치 근거를 명시했다. 이후 2015년에 관련 규칙이 개정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중환자실 내 전담전문의 배치가 필수사항이 됐다. 

2020년 말 발표된 '제3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는 22.2병상으로 앞서 실시한 2차 평가(24.7병상) 대비 2.5병상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담전문의 1인당 평균 17.3병상으로 2차 평가(19.9병상) 대비 2.6병상 감소했다. 종합병원은 평균 24.5병상으로 2차 평가(27.6병상) 대비 3.1병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확충 필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추죄한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대한중환자의학회 김영삼 연구이사(연세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과 중환자실 이용'이라는 발제를 통해 의료자원 배분 중요성을 짚었다. 

김영삼 교수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월별 초과사망 분석 결과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2021년 10월부터 월 2000명 이상 초과사망이 관찰됐다"며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예측된 초과사망자 4만7516명 중 49.2%(2만2356명)가 코로나19로 진단받지 않은 비코로나 환자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예측된 주간 초과사망자 중 코로나19로 진단받지 않은 비코로나 환자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300명 이상 재원시 주간 500명, 1000명 이상 재원시 주간 2400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중환자 진료와 관련된 의료자원 배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 병상은 양적으로 부족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력이 낮았고 코로나19 환자 중증도가 아닌 선착순으로 중환자 병상이 임의 배정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며 "2019년 기준 중환자전담 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은 전체 중환자실의 60%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거점병원 중환자실은 중환자 치료 경험이 없는 전문의가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홍석경 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울산대의대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홍석경 교수는 중환자실 수요 급증과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 발생으로 중환자의료체계 중요성 부각, 지역별 및 병원별 치료 성적 편차 확대 등으로 인해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중환자 전문인력은 중환자 의료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난시 중환자 병상 확충의 가장 핵심요소이지만 현재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다"며 "중환자시설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보는 후진적 병상 구조일 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 유행시 사용할 수 없는 병상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최소한의 규정과 행위별 수가체계 아래에서는 중환자의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홍 교수는 "중환자의료 인프라는 제도적, 수가적인 다양한 접근을 통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중환자의료 질을 향상하고 지역간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재난시 대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중환자실 인력 확충 문제가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는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전담전문의 배치 평기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조중범 교수는 "현재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전담전문의 기준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주 5일 이상 근무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고, 불가피한 경우 주 8시간은 중환자실 외 업무도 허용하고 있다"며 "공휴일이나 근무 외 시간 등을 고려하면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이라고 하더라도 주 168시간 중 40시간만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도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는 22.2명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영국 8.5명, 미국 14명 정도와 비교해 많다"며 "중환자의학 인력 저변이 확대된 상황에서 중환자실도 상식에 따라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 김정연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중환자 간호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으로 중환자실 간호사 부족과 중요성이 동시에 부각이 됐고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어렵게 중증환자를 치료했다"며 "이를 위해 일방 병동 간호사까지 동원했으며, 이에 따라서 일반 중환자실은 일반 병동 병상수를 감소 시켰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한 명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환자 한두 명만 감당할 수 있도록 간호관리료 차등제 수가를 인상해 주실 것을 제안한다"며 "중환자실 간호자들의 근무여건 향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필수의료 종합대책’과 연계해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전경 과장은 "중환자의료체계는 암 등 다른 분야와 달리 지역 내 완결이 중요하다”며 “골든타임 내 지역내 의료기관이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원배분가 가능하도록 종합대책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