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도로 가득 메운 5만 간호사·간호대학생 “간호법 제정하라”
민주당 “법사위 처리 안 하면 의석 수로 본회의 직행이 이재명 대표 뜻”

[라포르시안] '간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 뛰고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가 간호법 심사를 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따라 의석 수를 기반으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오후 2시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협의체 1,300여 단체 회원 등 전국에서 모인 참석자들은 올해 정기국회 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앞에 결집했다.

궐기대회에 참여한 인원은 간호협회 추산 약 5만명.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 간호대학생 등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과 대선 공약인 간호법 제정을 즉각 이행하라’,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간호법 심사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간호법 제정하라’ 등을 외쳤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이날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이 ‘필수불가결한 민생개혁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신경림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간호법은 국민이 정당하게 간호를 받을 수 있고 간호사가 최선을 다해 간호를 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법”이라며 “현 보건의료 질서를 정립하고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민생개혁법안”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에서 공약으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법사위에서 법안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계류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간호법을 조속히 의결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국민의힘도 즉각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간호법이 제정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공포스럽던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국민과 환자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간호사들이 왜 국회 앞에서 처절한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며 “전국 48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의 대표조직인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임원 삭발식. 사진출처: 간호협회 제공.
대한간호협회 임원 삭발식. 사진출처: 간호협회 제공.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서는 간호법 제정을 위한 의지 표명과 함께 국회 내 조속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대한간호협회 임원진들의 삭발식도 진행됐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법사위가 간호법 자구·체계 심사를 지연할 경우 다수당의 의석 수를 기반으로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환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직접 참석해야 하지만 나를 대신 보냈다. 내가 하는 말은 이재명 당대표가 하는 말로 받아달라”라고 운을 뗐다.

김성환 의장은 “지난 5월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후 당연히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6개월이 지났다. 말이 안 된다”라며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간호사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인력을 확충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국민건강법이고 국민행복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환 의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환 의장.

김 의장은 “그런데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른 의료단체들의 이견과 반대가 있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심사를 미루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합의 처리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이제 간호법 제정을 마무리해야 된다. 국민이힘이 위원장을 갖고 있는 법사위에서 처리를 안 해주면 국회법에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회법 제86조(체계·자구의 심사)에 따르면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6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해야 한다. 법사위가 이유없이 심사를 지체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일 동의하면 위원장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부의할 수 있다.

김 의장은 “현재 보건복지위 내 더불어민주당 위원 수가 전체의 5분의 3을 넘는다”라며 “국민의힘과 최대한 협의조정하겠지만, 국민의힘이 간호법을 합의 처리하지 않을 경우 이번 정기국회 내에 5분의 3 이상의 동의 받아 본회의에 상정하고 최대한 간호법이 처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서 전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역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라며 “당시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등 7명이 만장일치로 간호법을 통과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막상 이 법안을 처리할 때는 시간을 끌고 피했다”라며 “국민의힘이 조속히 법사위에서 논의하고 간호법을 통과시킬 것을 분명하게 요구한다. 만약 국민의힘이 끝까지 불허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다수의 의석 힘으로 간호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는 질서 유지와 거리 청결을 위한 주최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집회 관련 쓰레기가 버려졌고, 심지어 흡연구역을 벗어나 담배를 피우는 간호대학생들로 인해 옥의 티를 남겼다.

궐기대회 인근 익스콘벤처타워 앞 흡연부스 2곳은 흡연을 위해 찾은 간호대학생들로 붐볐다. 흡연부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간호대학생들은 도로에서 흡연을 하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바닥에 담배꽁초와 침을 뱉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경남에서 왔다는 한 간호대학생은 “오늘 궐기대회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도 전부 휴강처리해줘서 온 만큼 마음을 모으고 싶었다”라며 “궐기대회 앞쪽과 달리 뒤쪽에서는 흡연, 군것질, 인증사진 촬영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많은 인원에 비해 통제가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궐기대회 참석 인원에 비해 화장실 등 인프라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간호대학생은 “궐기대회 중 화장실이 급해 집회 장소 내 간이화장실을 찾았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어 국회의사당역 지하 화장실로 갔지만 그곳도 대기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라며 “너무 급해 근처 빌딩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화장실이 가장 문제였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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