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상당수 도심외곽으로 밀려나 지리적 접근성 떨어져BRBR환자가 찾아오기 힘든데 무슨 공공병원 역할 수행할 수 있겠나

▲ 산중턱에 위치한 충주의료원.

고속도로 바로 옆, 혹은 인적이 드문 도심외곽이나 산꼭대기에 병원을 세운다면 어떨까. 그런 병원이 주로 노인이나 자동차를 이용하기 힘든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공공병원이라면?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운영하는 지방의료원 중 상당수가 이렇게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본지가 구글맵을 이용해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각 지방의료원의 지도상 위치를 파악해 본 결과, 상당수 의료원이 도심외과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일부는 아예 환자들이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남도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의 경우 진주시 도심이었던 중앙동에 위치했지만 지난 2008년 시외곽인 초전동으로 이전했다.

진주의료원이 옮겨간 초전동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불편해 취약계층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4월 진주의료원을 방문했을 때도 인근에는 주택가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허허벌판에 길 건너편으로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보건복지부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진주의료원의 시 외곽 이전에 따른 접근성 악화로 환자 (특히 외래환자)수가 감소한 것이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천안의료원이 위치한 곳은 더 황당하다. 

지난해 5월 새로운 건물로 신축 이전한 천안의료원은 고속도로 바로 옆에 세워져 있다.

신축된 충주의료원 역시 충주시 중앙부에 위치한 문화동에서 안림동으로 이전하며 자리잡은 곳이 산중턱이다. 이 때문에 이전 당시부터 지역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인천의료원도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인천시 동구 방축로에 위치한 인천의료원은 인근에 지하철역도 없고, 청라지구에서 버스로 가더라도 약 30분 이상 소요돼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솔직히 여기가 병원이 있을 자리는 아니다. 위치도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한데 누가 오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들 병원뿐만 아니라 울진의료원,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강진의료원 등의 환자들의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심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그나마 도심에 위치한 지방의료원도 외곽으로 이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경영난으로 고강도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강원도 원주의료원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매각하거나 철원과 양구 등 의료취약지역으로 이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강릉의료원 노조 반태영 지부장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공공병원을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게 큰 문제"라며 "공공병원이라도 민간병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고 양질의 적적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진주의료원은 허허벌판에 세워놓고 환자가 없다고 난리였고, 충주의료원은 산꼭대기에 세워져 있다"며 "이런 곳은 자가용이 없으면 오기 힘들고 노인분들은 아예 걸어오지 못한다. 이게 정상인가. 접근성이 열악해 환자가 안 오는데 무슨 공공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방의료원을 도심외곽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버스노선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방의료원 이전시 지자체에서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노선 등을 계획한 후 이전해야 하지만 10년째 시내버스 노선도 없이 시외버스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곳에 병원을 세워놓고 환자가 없다, 적자라고 지적하면 대체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이 필요하다고 판단, 관련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도서·산간지역 등에 거주하는 주민과 노인, 장애인 등을 원격의료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그 대상이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의료취약지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에는 정부가 공공병원 확충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공공병원이 부족한데다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공공병원을 지은 탓에 노인과 장애인 등의 의료기관 이용은 더 힘들어졌다. 

지방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 노인과 장애인 등의 의료접근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더욱이 공공병원을 도심 외곽으로 밀어내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려 놓고서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원격의료로 풀겠다는 것은 모순된 논리"라고 꼬집었다.이 기사의 위치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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