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방안 연구용역에 원주·강릉의료원 매각안 담겨…"도의회서 압력" 의혹 눈초리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과 원격의료 허용 추진을 놓고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실제로 한 지자체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민간에 매각하는 진짜 민영화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어 또다시 지역거점 공공병원들이 매각과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9일 강원도와 지역 의료원노조에 따르면 지난 16일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린 '강원도 지방의료원 발전방안 연구용역' 공청회에서 도내 5개 의료원 중 경영상황이 열악한 일부 의료원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미 강원도 산하 강릉, 원주, 속초, 삼척, 영월의료원 등 5개 기관은 눈덩이처럼 쌓인 누적적자로 인해 수년 전부터 도의회의 매각 압박을 받아왔으며, 올해부터 고강도 경영혁신을 벌이고 있다.

도는 이와 별도로 지방의료원에 대한 경영진단을 통해 공공의료 기능 등 의료원의 역할 정립과 운영상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 정책 마련의 일환으로 '의료원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해 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맡아 추진하고 있는 이 연구용역은 내년 2월경 최종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며, 지난 16일 공청회는 중간보고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에서 진흥원이 발표한 '의료원 발전방안 연구용역(안)'에는 도내 2개 의료원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원주의료원과 강릉의료원 2곳이다.

진흥원은 연구용역안을 통해 원주의료원의 경우 인구증가 등을 감안해 당분간 운영 상태를 지켜보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지역 내에 민간병원이 넘쳐나는 만큼 원주의료원을 철원과 양구 등 의료취약지역으로 이전 재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강릉의료원에 대해서는 현재 120병상 규모로는 지역내 민간병원과 경쟁이 힘들고 누적적자가 계속 쌓이는 만큼 그 기능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지역내 대학 등에 매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던 강릉의료원노조 반태연 지부장은 "실제로 공청회에서 2개 의료원에 대한 매각 방안이 제시됐다"며 "하지만 그날 공청회에서는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초 진흥원의 연구용역안에는 매각 방안보다는 공공성 기능 강화를 중심으로 개선안이 들어있었지만 강원도의회 측의 압박으로 매각안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강원도가 지방의료원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한 이유는 지난해 말 도의회에서 5개 지방의료원 누적적자를 이유로 매각·폐쇄를 요구하며 2013년도 예산안 심의를 전면 거부한 데 따른 고육책이었다.

강원도는 전문기관에 1년간 연구용역을 맡긴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의료원 청산·폐쇄, 민간위탁, 기능전환 등 구체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계획을 도의회에 제시한 바 있다.   반 지부장은 "당초 진흥원이 마련한 연구용역방안에는 매각이 아니라 의료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얼마전 도의회에서 진흥원을 불러들여 의료원 매각 방안을 포함시키도록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민생, 사회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지역 연석회의’는 지난 1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주의료원과 강릉의료원 등의 매각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연석회의는 "지방의료원 매각은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도내 5개 의료원의 중장기적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노사정,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지방의료원의 공공의료 확대·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강원도 내 의료원 경영실적 자체분석 결과

한편 강원도가 지난 11월 발표한 ‘의료원 3분기 경영개선 추진상황’보고에 따르면 올 3분기 도내 5개 의료원의 진료환자와 의료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3분기 중 5개 의료원의 총 진료환자는 59만3,0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만6,592명보다 5만6,501명(10.5%) 증가했고, 의료수입 도 398억원으로 지난해(355억원)보다 12.1% 늘었다.

하지만 고강도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공공병원 고유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5개 의료원의 환자 수 및 의료수입 증가는 내과·정형외과를 중심으로 가시화됐고, 일부 비급여 검사 항목의 수입도 크게 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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