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권(변호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

학교 다닐 때 국사를 매우 좋아했다.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왠지 좋았다. 나이가 들어 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해졌다. 처음의 목적이 남들 앞에서 아는 척 하려고 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게 되었다.

이를 확인시켜 주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며칠 전부터 환자의 처방정보를 가공해 수익을 올린 업체에 대하여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걸로 의료계(특히 약계)가 시끄럽다. 해당 업체와 약학정보원은 법률 검토를 마친 정당한 업무활동이었다고 하고, 법조계나 시민단체는 환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제공된 것이므로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측 집단소송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변호사도 있다.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일부 의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므로 이에 대해 약학정보원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하여 대한약사회는 정당하게 이뤄진 일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언론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것이라고 한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지금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0년 10월경 병의원 청구소프트웨어 업체인 유비케어가 환자의 동의없이 환자질병 정보에 접근하여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하여 유상으로 판매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이뤄졌다.

시작은 정부로부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가 당시 세계적으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의 국내처방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개 청구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제공업체인 유비케어에게 요청하여 처방 현황을 전달받아 회수조치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에 정부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한 것은 물론, 형식적인 검찰 수사 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나 검찰의 결론은 무혐의였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 유비케어의 사건이 뭐가 다른가.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시작되었으며 환자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 매출액에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정보를 가공하여 유상으로 판매한 것도 일치한다. 다른 점은 처방정보를 가져간 곳이 약국인가, 병의원인가 하는 것과 약학정보원은 대한약사회와 관련이 있으나, 유비케어는 민간기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당시 혐의대상자였던 유비케어의 입장도 지금의 약학정보원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의사의 동의를 받았다는 것과 개인식별정보를 암호화했다는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유비케어도 마찬가지였으나 검찰의 불기소결정문을 구할 수 없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다).

솔직히 검찰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몹시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3년전 유비케어 사건과 지금의 약학정보원 사건은 그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아니 거의 똑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에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검찰이 지금은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 법률적 논리에 대해 매우 관심이 간다.

여기서 역사는 늘 반복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반복을 막으려면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 유비케어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었더라면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텐데.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긴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고 조용히 검찰의 판단을 지켜보아야 할 시간이다. 

이경권은?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68회 의사국시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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