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시술 후 안전 체크리스트 점검 중요

[라포르시안] 20여년 전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산모 몸속에 거즈를 그대로 두고 봉합한 병원이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민사항소2부(이준영 부장판사)는 A씨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3년 울산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업무 중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골절되고 하복부 출혈이 발생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자궁에서 골반 종괴가 관찰돼 자궁 적출술을 받았다. 

알고보니 A씨 몸 속에서 발견된 골반 종괴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거즈 뭉치였다. 병원이 A씨 수술 이력을 확인한 결과 20여 년 전 제왕절개 수술을 했을 당시 해당 병원이 거즈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했던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병원 측 배상 책임을 인정해 2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A씨와 병원이 각각 항소를제기한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과실로 판단하면서 병원 측 배상액을 4000만원으로 늘려 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받았을 육체적 불편함과 정신적 고통 및 기간, 자궁적출수술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4000만원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수술·시술 후 안전 체크리스트 점검 절차 부재 또는 미확인으로 인해 발생한 환자안전사고는 2016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333건에 달한다.

환자안전사고 유형별로는 다른 환자 수술·시술·검사·수혈 161건, 검체 라벨 오류 74건, 체내 이물질 잔류 48건 순으로 보고됐다.

인증원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사례를 보면 수술을 받은 환자 뱃속에 거즈를 그대로 둔 채 봉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담석제거 수술 종료 직전에 거즈 계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누락된 상태에서 다음날 촬영한 환자 복부 X-레이 영상을 통해 거즈 잔존이 의심돼 복부CT를 촬영했다. 복부CT 영상에서 거즈가 환자 뱃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재수술을 통해 제거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병원에서는 수술·시술 후 ▲수술명·시술명 ▲기구, 거즈, 바늘 및 스폰지 등 계수 확인 ▲채취된 검체 라벨 확인 ▲개선이 필요한 의료장비의 문제 등 안전 체크리스트를 구두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시술 유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시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진이 안전 체크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는 점검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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