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싱가포르 생명공학/나노공학 연구소(IBN: Institute of Bioengineering and Nanotechnology)와 IBM 알마덴 연구소(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병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이용하여 인간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신소재를 만들었다.

그들은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PET를 비독성 생체적합 재료(non-toxic biocompatible material)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신물질은 강력한 항진균 활성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약물저항성 진균과 진균의 바이오필름을 파괴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여 진균으로 인한 국소질환(예: 피부감염, 각막염 등)을 예방·치료하는 항진균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IBN의 재키 Y. 잉 대표교수는 "IBN이 시행하는 나노의학 연구의 핵심은 다양한 질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중합체와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IBM과 손잡고, 인간의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약물저항성 진균, 약물감수성 진균, 진균의 바이오필름을 특이적으로 파괴하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이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여, 진균감염으로 고통받는 많은 지구촌 주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발 배경

최근 암, 장기이식, 에이즈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회성 진균감염(opportunistic fungal infections)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Candida, Aspergillus, Cryptococcus neoformans 같은 진균들은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들에게 침습적 감염증을 일으켜, 치명적인 혈류감염, 폐감염, 수막염을 초래할 수 있다. 미 CDC의 자료에 의하면 칸디다가 일으키는 칸디다증(candidiasis)은 병원에 입원한 미국 환자들이 걸리는 혈류감염증 중에서 네 번째로 흔한 진균성 혈류감염증이라고 한다.

시장조사 업체인 BCC Research에 의하면, 2010년 전세계의 진균감염 치료비용은 미화 30억 달러였으며, 2014년에는 6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통적 항진균제에 저항성을 띠는 진균감염증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기존의 항진균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진균제의 개발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의 항진균제들은 대부분 진균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단지 증식만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어 자칫 재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개발 과정

IBM과 IBN은 이상과 같은 현실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진균을 선택적으로 살해하는 강력한 화합물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IBM은 중합체 합성과 컴퓨터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IBN은 나노의학과 바이오소재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두 연구기관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PET를 `특별한` 소분자 화합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화합물은 물 속에서 저절로 조립되어 나노섬유로 엮어지는데(첨부그림 참조), 이 과정에서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선택적으로 진균세포를 겨냥하면서, 진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진균을 살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IBN 연구팀을 이끈 이얜양 박사는 "소분자가 나노섬유로 자동 조립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노섬유는 분산된 개별 분자들과는 달리 양전하의 농도가 부분적으로 높고 분자량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저농도에서도 진균의 세포막을 겨냥하여 구멍을 뚫을 수 있게 해 준다. 덕분에 우리는 주변의 건강한 세포를 최소한으로 손상시키면서 진균을 효과적으로 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실험실 연구, 동물실험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을 가장 애먹였던 문제는 `진균 새포의 대사(metabolism)가 포유류 세포와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항진균제는 진균에 감염된 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구분하지 못하여, 종종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곤 했다.

따라서 진균에 감염된 환자들은 용혈이나 신(腎)독성과 같은 흔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험실 연구에서, 나노섬유는 1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다음 99.9%의 C. albicans를 박멸하며, 11번 치료를 반복한 후에도 내성을 전혀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타나났다.

또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노섬유는 콘택트렌즈에 형성된 진균의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며, 눈에는 아무런 독성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통적 항진균제인 플루코나졸의 경우 진균의 추가 증식을 억제할 뿐이었고, 6번 치료한 후에는 내성 진균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플루코나졸은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데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한편 IBN과 IBM의 과학자들은 최근 항진균제 개발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들은 항생제 중합체를 전통적 항생제(또는 항진균제)와 결합하여 세균의 막에 구멍을 뚫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구멍은 항생제가 세균의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촉진함으로써 저농도의 약물로도 고감염성의 약물저항성 P. aeruginosa를 무찌를 수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IBN과 IBM의 과학자들은 고분자 항생제, 약물, 단백질, 유전자 전달 분야에서 20가지 이상의 기반기술(platform technologies)을 공동으로 개발하여 이러한 기술들을 임상에 적용할 제약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출처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12/13120910524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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