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전국 간호사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상정과 심의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27일 국회 앞에 모여 ‘간호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해 간호, 보건의료, 노동, 법률, 시민사회, 소비자, 종교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1137개 단체가 참여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가 함께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간호사들을 포함해 1,000여명(간호협회 추산)이 참석했다. 

앞서 간호협회는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의 상임위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지난 5월 17일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같은 달 25일을 마지막 수요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결의대회는 지난 5월 25일 마지막 집회 이후 125일 만에 열렸다.

사진 위부터 국회 앞 현대캐피탈 건물과 금산빌딩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 중인 간호사들.
사진 위부터 국회 앞 현대캐피탈 건물과 금산빌딩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 중인 간호사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집회 참가자들은 국회 정문 앞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건물과 금산빌딩 앞에서 ‘간호법 제정’, ‘법사위 통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 약속 즉각 이행하라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 제정 약속 즉각 이행하라 ▲48만 간호사는 국민 곁에 남고 싶다. 간호법 제정하라 ▲법사위는 간호법을 즉각 심사하라 ▲통과시켜 주십시오 간호법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날 간호협회는 간호법이 ‘민생개혁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대국회 성명서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약속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모두가 합의한 간호법을 아직까지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간호법 상정과 심사를 미루는 것은 월권이자 직무유기이다”라고 비난했다.

신 회장은 “간호법은 우수 간호인력을 양성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 적정하게 배치하고 처우개선을 통한 장기근속을 유도함으로써 임박한 초고령사회에 보건의료와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권한과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민생개혁법안인 간호법을 즉각 상정해 심의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간호사회 박인숙 회장.
서울시간호사회 박인숙 회장.

서울시간호사회 박인숙 회장은 간호법 제정은 국민의 요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인숙 회장은 대국회 호소문에서 “간호법은 초고령 인구가 늘고 만성질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간호 돌봄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라며 “간호법은 시대적인 사명인데 법사위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간호법은 결코 간호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닌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민생 법안이다”라며 “치료 중심의 현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 도래할 초고령 사회와 국가 감염병 위기를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상임대표, 두레소리 이영준 대표.
사진 왼쪽부터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상임대표, 두레소리 이영준 대표.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중 두레소리 이영준 대표는 국민이 간호사를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준 대표는 “코로나로부터 환자를 지킨 간호사들은 코로나 영웅이라는 존경의 칭호를 내려놓고 싶다고 말한다. 간호사에 대한 화려한 찬사 뒤에는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이 자신의 건강을 버려가면서 일하는 슬픈 현실이 있다”라며 “소중한 간호사들이 소모돼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간호사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 조윤미 상임대표는 지역사회 돌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윤미 상임대표는 “가정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고통 속에 빠지게 만드는 돌봄 문제보다 더 급한 민생은 없다”라며 “진작에 간호법이 만들어지고 간호법을 중심으로 해서 실제로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돌봄과 간호 체계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토록 외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도 법사위에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라며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법이 절대로 아니다. 간호법은 기본적인 간호와 돌봄을 만들고 국민의 생활을 지지해 주는 법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이날 결의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도 방문했다.

김원이 의원은 “국회의원들은 항상 상임위 중심주의를 이야기 한다”라며 “상임위에서 여야가 함께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해서 통과시킨 법안을 왜 법사위에서 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곧 새벽이 온다. 가장 어두운 시기가 지나면 새벽은 오고야 만다”라고 간호사들을 격려했다.

가두행진 중인 결의대회 참석자들.
가두행진 중인 결의대회 참석자들.
사진 위부터 국민의힘 당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 중인 간호사들.
사진 위부터 국민의힘 당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 중인 간호사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마친 약 1,000여명의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국회 앞 도로를 거쳐 국민의힘 당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여야 당사 앞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간호법 제정 즉각 이행하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정책 공약으로 약속한 간호법 제정 즉각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가두행진을 마친 뒤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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