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the만나다
[The 만나다] 세계 최고가약 ‘솔리리스’…PNH 환자들에겐 너무 비싼 희망임주형(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환우회 회장)

희귀질환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치료제인 ‘솔리리스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약가는 30ml 병당 736만원이고, 환자 1인당 연간 소요비용으로 따지면 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솔리리스가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그러나 급여 대상 여부를 투약 전 승인을 받아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PNH 환자는 2010년 기준으로 239명이며, 이 중 10% 정도가 보험급여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PNH와 관련된 위험인자가 있거나 증세만 나타나면 보험을 적용받는 외국과 달리 국내 급여기준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야만 급여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높다. PNH 환우회 임주형 회장을 만나 PNH 치료의 어려움과 솔리리스 국내 급여기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이란 병명부터가 상당히 낮설다. 어떤 질환인가.

“PNH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적혈구가 손상돼 용혈 현상을 일으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희귀한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300명이 채 안 된다. 초기에는 주로 피로감, 경한 만성 용혈로 인한 경미한 황달 등의 증세를 보이지만 심한 운동이나 수술, 분만 등 신체적으로 강한 자극이 있을 경우 용혈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외국 통계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리면 5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30%가 넘는 무서운 질환이다.”

- 투병생활을 한 지 얼마나 됐나.

“스물 여덟살이던 지난 1994년 처음으로 병에 걸린 것을 알았다. 지금 나이가 마흔 여덟살이니 20년간 이 병을 달고 산 셈이다. 스물한살 때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았는데 골수이식을 하지 않고 약물치료만 했었다. 치료과정에서 PNH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

- 20년간 치료를 받았으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솔리리스가 나오긴 전까지 스테로이드를 복용했고 수혈을 비롯해 입원이나 응급실도 많이 찾았다.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치료에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병에 걸린 이후 직업을 갖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이유가 PNH 때문이었나.

“이 병에 걸리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거의 못 한다고 봐야 한다. 특히 발작성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통증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약속도 잡을 수 없어 인간관계도 단절된다. 이런 이유로 이 병에 걸리면 직장을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 경우도 현재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PNH 환우들도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 솔리리스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PNH 환자들은 평균 두 달에 한 번씩 수혈을 받아야 하고 용혈은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발생한다. 그런데 솔리리스 치료 후 수혈도 안 받았고 단 한 차례의 용혈도 없었다. 외국 통계에서도 정상인의 생존을 100으로 볼 때 이약을 투여하면 98까지 따라가는 것으로 나왔다. 위험요인도 피할 수 있고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삶의 질도 월등히 나아진다.”

- 심평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솔리리스를 보험에 등재했다. PNH 환자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일 듯 싶다.

“솔리리스가 나오기 전까지 PNH 치료제가 없었다. 스테로이드와 수혈 등으로 버텨왔다. 솔리리스가 나왔지만 워낙 고가라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 약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보험 적용이 된 것은 PNH 환자들에게는 상당한 기쁜 소식이었다.”

- 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 어느 정도 혜택이 있나.

“솔리리스의 바이알당 가격은 736만원이고 2주에 한번씩 투여를 받을 경우 한달에 2,000만원 이상, 일년에 5억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 약가의 10%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여기에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특례에 따른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받아 일년에 총 4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 솔리리스 보험 등재 이후 실제로 많은 PNH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나.

“그렇지 않다. 심평원은 솔리리스 급여대상 여부를 사전 심사하고 약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혈액내과 전공자 등 임상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사전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 승인 건에 한해서만 약제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지난 2010년 첫 심의 이후 지금까지 60여건의 심의가 진행됐으나 승인 건은 절반 남짓한 상황이다.”

- 승인율이 50%에 불과하다면 심의결과를 두고 환자들의 불만이 클 것 같다.

“불승인 건의 경우 사유가 공개되는데 한줄 남짓 설명이 전부다. 그 한줄로 환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 심평원에 되묻고 싶다. 환자들은 심평원으로부터 불승인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들을 기회도 없고 재심의 절차도 없다. 특히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경우 대부분 이 병과 관련된 의사들일텐데 그렇게 보면 의사가 자기 환자를 심의에 올리고 자기가 탈락시키는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겠다는 명분에서 사전 승인제를 운영하겠지만 결국에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 당연히 솔리리스 급여기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PNH 환자를 위해 솔리리스를 보험에 등재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 급여기준은 비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급여기준에 따르면 치료적 항응고제 요법이 필요했던 혈전 또는 색전증 기왕력이 있어야 하고 정상적인 활동의 제한을 초래하는 흉통, 숨가쁨, 폐동맥고혈압을 확진받아야 한다. 신부전 병력은 물론 입원,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 중증의 재발성 통증의 에피소드가 모두 있어야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급여 기준에 만족해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야만 한다. 반면 호주의 솔리리스 급여기준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준 중 해당하는 경우가 한가지라도 있으면 적용을 받는다. 약의 기본 개념은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급여기준은 생명이 경각에 달해야 적용을 받을 수 있다.”

 

▲ 호주의 솔리리스 급여기준.

- 급여기준 확대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솔리리스의 보험 적용과 관련해 PNH 환자에게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일단 솔리리스가 '세계 최고가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험등재 당시 애로사항이 많았던 이유는 PNH가 희귀난치질환이고 솔리리스밖에 대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5억원이라는 비용으로 한 사람을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있었다. 워낙 고가약이다보니 급여 적용할 경우 제약사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PNH 환자들이 급여 기준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도덕적해이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안고 있다.”

- 솔리리스 급여기준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환자의 현재 상태가 안 좋을 때 약을 쓰게 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이 약을 쓸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솔리리스가 보험에 등재된 지 일년정도 됐다. 고맙긴 하지만 환우 입장에서 좀 더 납득할만한 수준의 급여기준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연간 치료비 5억원이라는 부분에 너무 매몰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의 생명에 비용 효과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의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