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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실적 서열화와 연구윤리 부재가 부른 재앙 ‘조작된 생존율’대형병원 의사들, 조작된 데이터 기반한 논문 국제학술지에 게재

"교수·병원 서열화가 한 원인…연구윤리 교육 강화해야"

국내 대형병원 흉부외과 의사들이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구윤리 위반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서울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학교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세종병원 등 4개 병원 의사 11명이 지난 2010년 미국 흉부외과학회지(The Annals of Thoracic Surgery)에 발표한 ‘선천성 수정 대혈관 전위증에 대한 양 심실 교정술 장기 결과’에 연구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7년간 고전적 수술 기법으로 심장기형수술을 받은 환자 16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자는 19명으로 생존율이 83%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결과, 같은 기간 선천성 심장기형수술을 받은 환자 중 서울대병원 한 곳에서만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1983년부터 25년간 세종병원을 제외한 3개 병원에서 선천적 심장 기형 수술을 받은 113명의 환자 중 공식 사망자만 26명에 달했다. 

관련 병원들은 서울대 측에 데이터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논문 게재 과정은 전혀 몰랐다며 부정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부인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서울대 측으로부터 데이터 요청을 받았고 학술적 차원으로 본원에서 수술했던 사례 11건 중 1명 사망, 생존율 90.9%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했다”며 “공저자라면 당연히 논문 게재 전 서명과 사전감수 절차를 거쳐야 하나 이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고, 논문게재 후 이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도 논문 게재 전 피드백이 없었다는 점과 연구를 위한 데이터만 제공했을 뿐 조작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알 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논문이 게재되기 전까지 어떠한 피드백도 없어 이런 사실을 몰랐다. 21명의 환자에 대한 생존율 50%의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논문조작에 관여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데이터만 제공했을 경우에도 저자로 표기되는 관례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병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연구논문 작성에 대한 윤리교육 프로그램 마련돼야"그러나 국내 의학계에서 논문조작과 같은 연구윤리 위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유명 의과대학장이 자신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두 편의 SCI급 논문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학생의 이름을 빼고 대신 자신의 아들을 제1저자로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연구윤리 위반이 비단 의학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전국 256개 고등교육기관의 학위논문, 교내외 연구논문,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연구윤리 위반 사례는 35개 대학(국립 12, 사립 23개)에서 169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윤리 교육과정이 없는 대학도 59곳(23.3%)에 달했고, 검증의 기본인 ‘문장유사도 검색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기관도 89.1%로 파악됐다.

의료계에서는 논문조작 등을 연구윤리 위반을 방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자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논문 수로 교수 서열화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 규정이 강화돼 대학마다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구성되고 연구윤리위원회도 많이 생겼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 문제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연구윤리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논문이 몇 개 나왔는지에 따라 병원에서 승진이 결정되는 것처럼 논문 수로 교수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먼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이사는 “병원의 서열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병원간 연구실적 경쟁이 과열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 한 원인”이라며 “피어 리뷰(Peer Review) 개념으로 관련 학회에서 논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권한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의대와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연구논문 작성에 대한 윤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전 회장은 “학회에서 연구논문 작성에 대한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 일환으로 기본의학교육과 전공의 교육 과정에 연구논문 작성에 관한 교육이 포함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찬영 기자  pcy@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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