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상조정 통해 5월부터 2만개 이상 전담병상 지정해제
중증병상 운영 위한 인력확보 쉽지 않아..."공공병원 재지정도 힘들 것"

[라포르시안] “향후 필요 시 시립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재지정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지정 해제된 병상을 재가동해서 828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 <7월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코로나19 관련 자치구 구청장 회의 발언 중에서>

"하루 확진자가 30만 명 발생 시에는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현재보다 4,000여 개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늘 1,435개 병상에 대해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 앞으로 준비가 완료된 병원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하겠다" <7월 20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 발언 중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9만9753명, 해외유입 사례는 532명이 확인돼 신규 확진자는 총 10만285명이다. 

재유행이 심상치않은 기세를 보이자 정부가 다급하게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병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전담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한 지  얼마 안돼 다시 중증병상으로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 전담병원상을 운영하면서 경영손실과 의료인력 유출을 겪은 병원들이 다시 전담병상 운영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어 병상 확충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5차 대유행이 진정세에 접어든 지난 4월 중순 이후부터 ‘지속 가능한 감염병 대응체계 확립’을 목표로 병상 자원 재정비에 들어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25일까지 코로나19 전담병상 중 총 2만656병상을 지정해제했다. 지정해제된 전담병상 가운데 중증·준중증 병상은 1,653개이고, 중등증 병상이 1만9,003개에 달했다. 

병상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19 전담병상은 5월 25일 총 8,625개(중증 1,911개)에서 6월 25일에는 총 6,524개(중증 1525개)로 줄었다. 

7월 들어 코로나19 재유행세가 거세지기 시작했지만 병상확충이 아니라 지정해제를 통한 병상조정이 계속 이뤄졌다. 7월 10일 기준 코로나19 전담병상은 전체 5,827개(중증1469개)로 줄었다. 

그러던 중 재유행 상황이 심상치않자 정부는 지난 13일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확진자 추세를 고려해 전담병상도 재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13일 기준으로 전담병상은 5,819개(중증 1466개)였다. 

이후 최근 일주일 사이 재유행 속도가 당초 예상한 속도와 규모를 뛰어넘자 정부는 지난 20일 다급하게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중증환자를 집중 관리하기 위해 치료병상 약 4000개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전국 약 1,435개 병상을 가동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이 추가 대책의 골자였다.

하지만 26일 기준으로 전담병상 보유량은 총 5,947개로, 이 중에서 중환자 전담치료를 위한 중증병상은 1476개로 재유행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을 발표했던 지난 13일과 비교해 10개 중증병상이 늘었을 뿐이다. 

2022년 4~7월 코로나19 전담병상 수 증감 현황. 자료 출처: 질병관리청
2022년 4~7월 코로나19 전담병상 수 증감 현황. 자료 출처: 질병관리청

일주일 단위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을 지속하고,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고위험군 치료를 위한 중증병상 확충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병실로 전환한 병실을 다시 코로나19 전담병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음압설비 등을 설치하고 의료인력도 새로 구성해야 한다. 특히 의료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중증병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반 병상과 비교해 3~4배 더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운영한 많은 병원에서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버티기 힘든 업무 과중으로 상당수 의료인력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유행이 심해질 때마다 확진자수 증감에 따른 명확한 인력기준 없이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코로나 병동을 운영하면서 일반병동 간호사까지 업무부담이 커지자 간호인력 이탈을 가속화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2년 넘게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서울의료원은 지난 5월말 지정 해제에 따라 전체 병상을 일반 환자 입원치료를 위해 전환했다. 하지만 서울의료원은 장기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는 동안 경력식 간호사 상당수가 병원을 그만두면서 중환자실과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병원뿐만 다른 공공병원들도 감염병 전담병상을 장기간 운영하면서 간호인력 상당수가 병원을 그만두고 떠났다.

정부가 전담병상 지정해제를 서두른 배경에 인건비 등 예산지원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전담병원과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서 손실보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유행이 수그러들면 전담병상을 유지하기보다는 지정해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때 확보한 병상이 원위치 돼 병상 확보도 비상이 걸렸다"며 "기획재정부가 코로나 대책에 쓰인 재원을 회수하면서 빠르게 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됐다. 그러니 질병관리청장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의 각자도생 방역을 시행할 수박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재지정하고 확충하는 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병원 관계자는 "아무리 준비를 서둘러도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중증병상을 설치하는 데는 2~3주 정도 걸린다"며 "게다가 전담병상에서 지정해제된 이후 일반병상을 전환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다시 전담병상을 운영하라고 하면 선뜻 나설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다시 산하 공공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서울의료원 등 시립병원이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된 지 2개월도 안 돼 의료인력난과 기존 환자 이탈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전담병원으로 재지정될 경우 의료인력 유출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전담병동을 운영하려면 또다시 기존 환자를 다 빼고 병상을 비워야 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 근무했던 한 의료진은 "기존에 전담병상을 운영할 때도 의료진을 어렵게 설득하고 병동 운영체계를 어려게 조정해서 가능했다"며 "힘들게 확보한 전담병상을 다 없애놓고 다시 유행이 발생하니까 새로 전담병상을 설치하라고 하면 누가 나서겠나. 이미 공공병원도 거의 지정해제한 상황이라 4천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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