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Drugable.com 출범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약개발이란 거의 시행착오의 과정으로서 후보물질을 마구잡이식으로 탐색하여 성공작보다 수백만 개나 많은 실패작을 양산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초기단계에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인다는 야심 찬 구상을 내놓았다.

약물의 화학구조를 컴퓨터로 분석하면 그것이 어느 생물학적 표적(예: 단백질)에 결합하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특히 유해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약물이 (표적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단백질에 잘못 결합할 경우 예기치 않은 유해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 국립보건원(NIH) 주최로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타에서 열린 고위험-고수익 심포지엄(High Risk?High Reward Symposium)에서 과학자들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있는 약물 및 단백질 정보에 기반하여 수십 억 가지의 경우의 수(약물-단백질 결합 가능성)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약물-단백질 결합에 관한 데이터는, 인류가 이룩해 낸 사상 최대의 업적"이라고 이번 발표를 맡은 뉴욕 대학교 랑곤 메디컬센터의 티모티 카르도조 박사(약물학)는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미 국립 의학도서관(NLM)의 지원을 받아 drugable.com에 업로드되었는데, 현재 이 사이트는 테스트중이지만 곧 무료로 공개돼 모든 연구자들에게 "순전히 화학구조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약물이 인체의 어느 곳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예측하게 해 줄 방침이다.

카르도조 박사는 "컴퓨터를 이용한 화학구조 분석 및 약물-단백질 결합 예측은 신약개발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정 화합물이 특정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지를 예측한 후, 신약 개발자들은 그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평가하고, 그 단백질의 기능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조건에서 얼마나 많은 약물이 필요한지도 알아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난 연후에는 동물실험에 착수하게 되며. 운이 좋을 경우 임상시험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상(以上)과 같은 신약개발의 기초자료들을 제약사들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서, 외부인들의 접근이 용납되지 않았다.

물론 과거에도 NLM이 운영하는 퍼브켐(PubChem)과 같은 공공 데이터베이스들에 효모세포를 대상으로 한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가 등재되어 있었지만, 종종 부정확하거나 위양성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사실, 컴퓨터를 이용한 약물-단백질 결합 분석방법의 성능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되어 있다. 2012년 UCSF의 브라이언 쇼이체트 교수(컴퓨터 생물학)는 노바티스 생물의학연구소의 연구진과 함께, 약물의 화학구조 유사성에 기반한 부작용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 drugable.com 사이트 캡쳐 화면.

연구진은 656개의 기(旣)승인 약물과 73개의 생물학적 표적을 대상으로 이 알고리즘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기존에 알려져지 않았던 수백 건의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이 상호작용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그중 절반이 실제 약물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E. Lounkine et al. Nature 486, 361?367; 2012). 이에 따라 쇼이체트 교수는 "일부 기승인 약물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한 접근방법은 정밀분석이 필요한 약물 부작용을 사전에 신속하게 찾아내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아직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신약후보 물질이 체내의 단백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알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카르도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drugable.com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퍼브캠, ChEMBL(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수백만 개의 화합물 중에서 약 60만 개를 선별했다.

그리고는 이 화합물들이 인체 단백질에 존재하는 7,000개의 화학포켓(chemical pocket)에 결합하는 강도를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업계의 거인인 구글은 자사가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1억 시간 이상에 상당하는 처리시간(processor time)을 제공했다.

그리하여 40억 개에 달하는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목록을 작성하는데 성공한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NLM이 운영하는 유전자발현 옴니버스 데이터베이스(Gene Expression Omnibus database)를 검색해 특정 약물표적(단백질)이 인체의 어느 부분에 발현되어 있는지를 추적했다.카르도조 박사는  "drugable.com을 이용하여 특정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이 인체의 어느 부분에 발현되어 있는지를 알면, 그 약물이 인체의 어느 부분에 작용하게 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바티스 연구소의 제레미 젠킨스 연구원은 "카르도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제약사들도 지난 수년 동안 컴퓨터를 이용한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예측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노바티스의 경우 150만 개에 달하는 화합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rugable.com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상호작용 분석을 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르도조 박사는 drugable.com이 특히 정신과 약물을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신과 약물은 종종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시범삼아 drugable.com을 이용하여 클로자핀과 클로르프로마진을 평가해 보았다. (이 두 가지 약품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 종종 처방되는 것들이다.) 평가 결과 - 예상했던 대로 - 이 두 약물은 세로토닌 및 도파민 수용체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용체는 고도의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에 발현되어 있다.)

한편 클로자핀의 경우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만큼, 특정 도파민 수용체(DRD4)에 강하게 결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RD4는 송과선에 발현되는 수용체인데, 송과선은 뇌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며,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진은 클로자핀이 뇌에서 타액분비를 조절하는 수용체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과도한 타액분비는 클로자핀의 알려진 부작용 중 하나다. 기분조절과 타액분비에 대한 생화학적 설명은 종전에도 제시된 바 있지만, 가장 확실한 메커니즘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project-ranks-billions-of-drug-interactions-1.14245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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