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남 등 민선8기 출범 후 대학병원 위탁 논의 추진
보건의료노조 "지방의료원 기능 강화 지원에 적극 나서야"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6일 충북도청 앞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충북의 의료격차 해소 위해 공공의료 확대공약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6일 충북도청 앞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충북의 의료격차 해소 위해 공공의료 확대공약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이달부터 민선 8기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가운데 새로 취임한 일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지방의료원에 대한 대학병원 위탁 논의를 언급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수년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지역공약으로 내세웠던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후 수일 만에 대구의료원의 단계적 위탁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항·안동·김천 등 3개 지방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19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취임 수일 만에 대학병원 위탁 추진이 지방의료원 발전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인 것처럼 떠벌리며 나서고 있다"며 "지방의료원 위탁 논의를 중단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방정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민간병원이 95%를 차지하고 공공병원이 5%에 불과한 현실을 삶의 위협으로 직접 체감했다"며 "공공병원이 없는 곳에는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 한편, 기존 공공병원의 시설, 장비, 인력을 충분히 갖추는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의료재난 상황에서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국민의 삶에 직결되지만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격차가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던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겠다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가 등장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보건의료분야 주요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 핵심 거점으로 지방의료원은 작년부터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지방의료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량을 갖추도록 시설, 장비, 인력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중요한 시기인데, 대학병원 위탁 논의는 지방정부 책임 및 의무와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탁 논의를 언급하는 지자체들은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사인력 수급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지역 내 미충족 필수의료 현황에 기초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인 지방의 의사인력 수급문제는 단순히 위탁 운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위탁 경험이 있는 지방의료원 사례를 봐도 간헐적 파견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인적 교류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 위탁 운영시 지역 필수의료체계 구축보다 수탁기관의 수익 문제 등 경영 방침을 우선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방의료원이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될 경우 지역 보건의료정책 실행주체인 지방정부, 정책수단인 지방의료원, 지역 내 필수의료정책을 심의하는 민․관 거버넌스인 공공보건의료위원회 등 각각의 책임과 역할이 분절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실현될 수 없고, 공공의료 훼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코로나19 감염병 최전선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다가 경영악화 상황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위탁 논의는 토사구팽"이라며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방의료원 위탁 논의가 아니라 지방의료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지방의료원 정상화와 발전에 전력해야 하며, 지방의료원을 육성해 지역 완결적인 필수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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