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엔젤로보틱스 이사)

[라포르시안] 최근 임상용 의료기기 설치를 위해 오래만에 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왔다. 잠시 들른 쇼핑몰에서 익숙한 브랜드와 제품들을 보면서 현지에서 부는 한류의 영향과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 제품은 한류 영향인지 아니면 현지에 처음 도입되는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점 때문인지 몰라도 현지 의료인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제품을 설치하는 동안 해당 병원과 근처 대학병원 의료진이 찾아와 제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표했고, 제품 사용법을 훈련할 때는 예상 인원의 2배 이상이 참석해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에 참석한 의료진에게 물어보니 병원에 처음 도입되는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한국 제품이라 더더욱 기대된다는 반응이었다. 이들과 대화를 이어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관심이 우리 회사 제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닐까? 이번이 첫 해외 진출인 우리 제품에 예상보다 많은 관심과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결국 우리 제품의 이미지보다는 한국 브랜드 자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약 20년 전, 처음 독일 메디카(MEDICA)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만하더라도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번 말레이시아 출장은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생각해 보면 선진국일수록 의료기기 품질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고, 이러한 품질시스템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20년 전 한국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외국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과분한 관심을 받았지만 향후에는 ‘Made In Korea’가 아닌 우리 회사 고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그 명성을 유지해 명품 의료기기 브랜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과 가성비 좋은 제품을 동시에 제공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의료기기는 일반 소비재와는 다르게 가격보다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의료인은 제품 가격보다는 브랜드, 즉 오랫동안 축적된 회사의 명성을 좇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브랜드 명성은 높은 가격임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힘이고 이를 ‘명품’이라 한다. 그러면 가성비를 이길 수 있는 명품 의료기기는 무엇일까? 의료기기에서 명품의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과연 최고의 재질과 최상의 디자인·첨단 기술을 가지는 제품이 명품 의료기기일까? 개인적으로는 의료기기 본연의 기능과 안정적인 품질, 즉 의학적 타당성과 우수한 진단·치료효과, 환자의 감각적 체험이 명품 의료기기의 기준이라 생각한다.

의료기기기업이 명품 의료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고 품질의 의료기기를 개발해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편의성을 내세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 기업마다 자신의 제품군에 적합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끝까지 고수하면서 각각의 요소에 변화를 주는 전략도 요구된다. 변화는 제품에 대한 신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보면 동일 제품인데 제품 케이스 색상에 변화를 줘 다른 제품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또는 제품 포장 디자인에 변화를 줌으로써 동일 제품에 신선감을 부여하는 제품도 있다. 변하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포장지·디자인 등 변화 요소로 제품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면 명품 의료기기로 세계시장에서 각인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산 의료기기가 한류 영향이 아닌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으면서 해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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