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 사례관리 받을수록 자살위험 낮아져
작년 3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실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의 내부 모니터링 회의 모습.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의 내부 모니터링 회의 모습.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 3,195명에 달한다. 하루 36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그나마 자살률이 최고치였던 2011년과 비교하면 자살자 수는 2,711명(17.0%↓)이 감소했다고 한다. 

자살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는 OECD 회원국 중에서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다.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6명(2019년 기준)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11.0명)과 비교하면 자살률이 2.2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이 자살률 감소에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시작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은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최소 2명 이상 전문인력을 응급실에 배치해 자살 시도로 내원한 사람에게 상담 및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후에도 전화 및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및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해 자살 재시도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사업의 자살예방 효과를 앞서 확인된 바 있다. 

복지부가 2017년 1년 동안 사후관리사업을 수행한 42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 2,26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후관리서비스를 진행할수록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계획·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고, ▲알코올 사용문제 및 스트레스 ▲식사 및 수면문제, 우울감 등 정신상태 등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복지부가 2020년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수행병원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2만 1,246명(사망, 전원 제외) 중 사후관리에 동의하고 사례관리서비스 4회 이상 완료자 8,069명(63.6%)을 대상으로 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후관리를 진행할수록 자살 및 정신건강 관련 지표(△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 생각, △우울감, △알코올 사용문제, △식사·수면 문제 등)가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전반적 자살위험도는 사후관리 초기와 4회 진행 후 자살위험도를 비교했을 때 사례관리서비스 4회 이상 완료자 중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 비율이 7.9%p 감소했다. 

사후관리 4회 이상 완료자 8,069명 중 자살 생각이 있는 경우는 사후관리 초기 27.5%(2,218명)이었으나 4회 진행 시 15.7%(1,266명)로 11.8%p 감소했다. 우울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후관리 초기 65.3%(4,504명)에서 4회 진행 시 48.5%(3,232명)으로 16.8%p 줄었다. 

알코올 사용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후관리 초기 14.3%(952명)에서 4회 진행 시 10.6%(698명)으로 3.7%p 감소했다. 식사·수면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후관리 초기 47.8%(3,227명)에서 4회 진행 시 37.1%(2,476명)으로 10.7%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현황분석 결과, 의료비 지원은 자살시도자의 지속적인 사후관리 참여를 유도하고 자살위험도를 낮추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관리서비스에서 중도 탈락하는 비율은 의료비 수혜자(15.1%)가 의료비 비수혜자(38.0%)보다 22.9%p 낮았다.

자살위험도 비교 시 사후관리 초기와 비교하면 4회 진행 시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 비율은 의료비 비수혜자가 7.7%p 감소한 것에 비해 의료비 수혜자는 10.6%p 감소세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작년 3월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자살시도자가 어느 응급실에 가더라도 응급대응, 사례관리, 지역사회 연계가 가능하도록 기관별 기능 정립 및 적정수가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범사업은 2023년 3월까지 2년간 인천광역시에서 실시된다.

인천시 관내 응급의료기관 및 응급의료시설 전수(총 20개소)가 참여해 자살 시도로 응급실 이송 또는 내원하는 환자(주소지 무관)에 대해 체계적인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자살시도자가 일반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하면 초기평가 후 정신과 치료와 사례관리가 가능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사례관리 응급의료기관)로 연계된다. 인천 지역 사례관리 응급의료기관은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톨릭대학교국제성모병원, 인천광역시의료원, 인천사랑병원, 한림병원, 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인하대학교병원 등이다

사례관리 응급의료기관은 자살 시도와 관련한 환자의 자살 위험을 포함한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해 환자 맞춤형 사례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병원 기반 단기 사례관리(4회, 전화·대면 상담) 후 지역사회로 연계한다. 정신과적 평가결과 자살위험도가 높은 자살시도자에 대해서는 응급실 내 독립된 관찰 병상에서 최대 3일(72시간)까지 체류하며 안정화 조치 후 입원 또는 퇴원 후 사례관리를 진행하게 된다.

자살시도자 응급관찰병상은 인하대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주간), 전공의(야간, 주말, 공휴일) 및 사례관리 전담인력이 24시간 병원(응급실) 내 상주한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에 관련 비용 보상을 위해 자살시도자 심층평가, 사례관리 계획수립, 응급관찰, 의뢰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했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자살시도자 자살 예방 효과 등 성과를 평가해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의 전국 확대 및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최근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서 "응급실 사후관리 사업은 자살 고위험군 대상 시의적절한 치료 및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 사업운영체계 개선 및 의료기관 대상 보상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중장기 방안으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제도를 개선해 지역사회 중심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세부 추진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