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의료기기규제연구회 총무이사)

[라포르시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5년간 어떠한 제도와 정책을 시행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던 와중에 대통령 직속 규제개선위원회를 두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정부보다는 민간 참여 주도의 산업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정책 방향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전보다 규제 측면에서 국제 조화의 반영 비율이 높아져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도해 개발한 디지털 헬스 관련 규정과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이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채택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러한 외부적 성과는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토대가 되는 것은 물론 수출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동시에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에서의 한국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의료기기산업계가 국민을 위한 ‘제품 안전성 강화’라는 당연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부담과 높은 규제 장벽을 피할 수 없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적용되거나 적용 예정인 의료기기 규제들이 갖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높아진 난이도나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일부 의료기기업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인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GMP의 경우 인증 지연에 대한 대비책이 논의 중인 가운데 GMP 품목군이 추가되고 향후 더 세분화 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도 심한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인증 받아야하는 절대 숫자가 늘어나면 결국 지방청 및 인증기관이나 의료기기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GMP 인증제도는 독특하게 발전돼왔다. 제조자와 제조의뢰자의 조합에 따른 인증서도 특징적이고 GMP에서 별도 지정되는 품목군 조합도 있어 갱신 준비로 허가증 수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GMP 인증서는 계속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선 심사 대상 제품이 아닌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불평등을 겪고 있는 체외진단의료기기나 EU MDR로 인한 의료기기 허가 변경 및 허가증 상세 기재가 심화돼 급증한 변경 심사로 인해 일반 의료기기 역시 심사 적체를 겪으면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식형 의료기기 책임보험제도 시행에 따른 업체 비용부담도 경쟁력을 낮춰 결국 환자나 임상에서 제품의 선택 폭이 좁아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기에 체외진단의료기기 재평가와 의료기기 갱신제도 도입으로 인해 허가 수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절대 수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제 규제기준 상향으로 인한 각종 시험 검사비·수수료 증가는 의료기기 창업기업이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의료기기제조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그동안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제도 개선에 적극 부응해왔다.

이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차례다. 당장 필요한 것은 통합적인 시각에서 의료기기 인허가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중복된 절차는 줄이고 과다한 책임과 업무량은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화시키며 국내 연구개발과 제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스타트업이나 중소의료기기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야한다.

특히 과거 경험을 보면 의료기기산업계와 규제기관의 정기적인 소통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쌓은 신뢰가 효율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의 식약처 본부 따로 심사부 따로가 아닌 업계와 규제기관 각 부처가 모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한 이유다.

의료기기산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대통령 직속 규제개선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보조를 맞춰 규제 전반에 대한 통섭적인 고찰을 토대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심층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 제안 과제를 수립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해야한다.

<헬스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며 주목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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