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확충 없이 필수의료 기반 강화...민간병원에 공공의료 위탁
"공공정책수가, 라벨은 '공공'이라 붙이고 민간지원 확대 의도"

5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5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라포르시안]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국정과제에 '공공의료'가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필수의료 기반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등으로 의료공급체계에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대신 공공의료 영역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여 반발을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공정'이 선택적 공정이라고 비판하는 의미를 담은 '굥정'이란 신조어에 빗대 '굥굥의료'라고 꼬집기도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등 보건의료분야 과제도 일부 담겼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감염병·응급·중증외상·분만 등 필수·공공의료 인력·인프라 강화를 통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확충 대책을 마련하고, 필수과목 지원 확대 및 전공의 등 의료인력 역량을 강화를 추진한다. 지역별로 역량있는 공공병원 및 민간병원을 육성하고, 예산·공공정책수가·새로운 지불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수의료 기반 강화 과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필수의료 영역에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병원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민간병원이 필수의료 인프라를 운영하면 그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을 두고서는 공공의료 확대보다는 민간자원 활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국정과제에는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아무런 방향성이 도출되지 않았다. 다만 민간 의료자원을 동원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해결방식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공공의료가 빠졌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국정과제에는 공공의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비판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도 다를 바 없다. 이번 국정과제에도 공공의료 확충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감염병 대응 의료체계 개편에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문구가 있지만 이미 진행중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외 다른 계획은 없다. 윤정부가 말해 온 ‘공공의료’에 민간의료도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진일보한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언했던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도입'에서 국가책임을 빼고 '필수의료 기반 강화'라는 애매한 구호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가책임은 슬그머니 빼버리고, 그나마 필수의료 강화 수단은 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민간 병원 육성', '공공정책수가, '새로운 지불제도 도입'이다"며 "공공정책수가는 민간 병원을 지원해 공공의료 역할을 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윤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명칭은 '공공의료 강화'라고 붙였지만 실제 알맹이는 '민간병원 지원 확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는 공공의료 확대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수가정책으로 접근하는 공공의료 철학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책수가 가산과 같은 방식이 공공정책수가라면 이는 결국 라벨은 공공이라고 붙여놓고 민간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전형적인 수가가산 방식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국정과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국정과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과제 내용을 놓고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공공의료 확충보다 민간병원에 지원을 확대해 의료상업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도 높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후보는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으로 충분’하다며 시장의료를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으로, 민간병원 병상을 더 늘리고 민간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확인했듯 민간병원으로는 재난대응을 할 수 없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도, 필수의료 제공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정책수가를 이용한 필수의료 기반 강화가 아니라 공공의료가 부족한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작년 6월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확정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 따라 지방의료원 등 지역 공공병원을 20개소 이상 신·증축하는 방안이라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국정과제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막대한 희생과 소득 피해를 초래한 코로나19 3년을 경과하고 있는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부의 비상함과 절박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공공병원·인력 대폭 확충과 처우 개선, 의료 민영화와 규제 완화 중단, 건강보험 국가책임 대폭 강화가 비상하고 절박한 정책들이다. 늦기 전에 국정과제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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