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간호법 수정안에 간호인력인권법 청원 취지 반영"
현장 간호사들 "간호인력인권법이 간호사 처우개선 근본적인 해결책"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인력인권법' 입법 청원 폐기를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5월 1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했다. 사진 제공: 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인력인권법' 입법 청원 폐기를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5월 1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했다. 사진 제공: 의료연대본부

[라포르시안]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청원(간호인력인권법)’이 간호법 제정 논란에 휩쓸려 제대로 된 법안심사 논의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작년 10월 25일 '간호인력인권법'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에 법안이 회부됐다.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인력 수급 종합계획과 임금 결정 등의 내용과 함께 환자 수에 따른 간호사 최저 인력 배치기준을 규정해 놓았다. 일반병동, 중환자실, 외상응급실, 수술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등 근무 장소별로 환자 수에 따른 간호사 인력 최저 배치기준을 명시했다. 

현행 의료법에도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까지 담당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다보니 거의 사문화된 상태다. 간호인력인권법에서는 법적 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징역과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이 기습적으로 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청원의 취지가 간호법 수정안에 반영돼 있다며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서 국회청원심사규칙 제 12조에 따라 간호인력인권법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의료연대본부는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간호인력인권법 폐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국회는 끝내 우리를 배신했다"며 "복지위 법안소위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간호법을 핑계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줄이고 간호사를 보호하고 인력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을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간호인력인권법을 비참하게 짓밟았다. 국회의 직무 방기다"라고 외쳤다.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도 한국은 선진국 평균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병원 간호인력 부족 문제로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어가야 했다"며 "간호법 수정안,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모두 간호인력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도, 기준 위반 시 의료기관을 처벌할 조항도 없는데 복지위는 6개월 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폐기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현직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정해져 있지도 않아 말도 안되는 근무구조를 만들어 놓고 환자를 보라고 한다"며 "간호사들은 혼자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 사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한 병동에서만 1월부터 6월까지 26명 중 9명이 사직 또는 사직 예정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건복지위는 간호인력인권법 폐기 의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제정을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관련 기사: 간호법이 아니라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가 절실하다> 

한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호인력인권법 청원 취지는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여 간호인력 부족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 낼 수 있도록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며, 이는 간호법 수정안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수정안에는 간호인력기준이 없을뿐더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정도만 명시되어 있어 강제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절망 속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절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의 기준을 정하고 처벌조항으로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간호인력인권법’ 이 간호사 처우개선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간호인력인권법을 폐기하겠다는 것은 오랜 시간 요구해왔던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수를 줄여달라는 간호사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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