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하는 목적 사라진 빈껍데기 법안" 비판 제기돼
최연숙 의원실 "법제정 필요성에 더 큰 의미...입법 과정서 조정에 최선"

[라포르시안] “모두 다 100% 만족하는 법안이 어디에 있겠나.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간호법 발의 취지가 지역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것에 공감했고, 조정안에서 간호사 근로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 및 지방정부 책무를 남겨놓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을 의결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됐으며 국민의힘에서는 간호법을 발의한 최연숙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 2건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 1건 등 모두 3건이 통과됐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 중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면서 입법 추진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다른 보건의료 직역과 같등을 빚어왔다.

보건의료 직역 갈등이 심화되고 법안 진행에서 답보상태가 이어지자 결국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의 과정에서 조정안이 마련됐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조정안은 ▲간호법의 적용 범위에 요양보호사·조산사 관련 내용 제외 ▲간호법 우선 적용 규정 삭제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 ▲의료기관의 책무 규정 삭제 ▲간호종합계획·간호정책심의위원회·간호사 등 실태조사 삭제 ▲간호인력 지원센터 고충 해소 및 상담지원 업무 삭제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 삭제 ▲교육 전담간호사 관련 내용 간호법에 규정 ▲간호조무사협회 법정 단체화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화에 따른 경과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법안’이라며 법 제정 만을 위한 간호법이 아니냐는 비난이 높다. 지난 2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 강연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간호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지금 껍데기만 남은 법안이 같은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정안에 대한 불만은 간호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간호계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당초 간호법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내용은 조정안에서 전부 삭제됐다”며 “특히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역할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업무조정 범위까지 간호협회가 양보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간호법 제정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라포르시안은 지난 12일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실 관계자를 통해 간호법 조정안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간호법 논의와 관련해 공방이 많이 오갔던 것 중 하나가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계속 의료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법안 발의 취지가 지역사회에 있었던 것이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법에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한 ‘가’부터 ‘라’까지 항목 중에 가·다·라는 이미 의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간호사 면허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의사와 일하는 것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의료법 중 간호사 업무 규정 부분.
의료법 중 간호사 업무 규정 부분.

다만, 조정안에서 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해 현행 의료법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 업무 중에 진료 및 의료 행위와 관련한 부분은 의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 부분은 의사의 지시를 받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알겠지만 PA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장에서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큰 가이드라인을 보여줘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소위에 참석한 의원들이 법제정 필요성에 더 의의를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법안을 제출한 의원실 입장에서는 이 점이 제일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조정안에서 삭제된 항목의 상당 부분은 기존 다른 법률에 있거나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에 법안소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연숙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심의를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다른 법률에 있는 내용과 유사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면 대부분 의원들은 그 항목을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며 “간호법 역시 처음 만들 때부터 종합계획을 세운다면 좋겠지만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 이 법이 없어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안 되겠지만 다른 법률에 의해서라도 가능하다라면 다른 법이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화하는 과정에서 아쉽지만 조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정안에서 삭제된 항목 중 의료기관의 책무 규정은 간호법에서 다룰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간호법에는 벌칙 규정이 없다”라며 “간호사를 배치하는 기준은 의료법에 있고 의료기관장의 준수 사항이고 처벌 역시 의료법에 있다. 이 밖에 근로기준법에서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규정돼 있어 법률체계상으로도 간호법이 가져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사진출처: 최연숙 의원 블로그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사진출처: 최연숙 의원 블로그

다만, 간호인력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남겨 놓은 것은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조정안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인력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남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간호사의 근로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예산을 줘야한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의료기관장의 책무 등을 비롯해 삭제된 상당 조항은 다른 법률에서 다루고 있지만 간호사 수급 대책을 세우라는 국가 정부의 의무는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법안소위 위원들이 남겨둔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은 엄청나게 큰 반대를 넘어서는 부분이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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