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유럽의 병원체 연구법을 둘러싼 논란

바이러스학을 이끌고 있는 과학자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어떻게 유럽연합의 생물안전법(biosafety rules)이 고위험성 병원체 관련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 생물학 무기의 확산을 중단하려는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유럽바이러스학회(European Society for Virology, ESV)는 지난 9월 네덜란드 법정이 네덜란드 정부가 포유류 사이에서 전염될 수 있도록 만든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의 조작연구를 발표하기 전에 전문가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령을 확정한 후 이런 질의를 제기하였다.

지난 10월 16일자로 호세 마누엘 바로소(Jose Manuel Barroso)에게 보내진 5페이지의 ESV 서한은 법정의 이번 결정은 과학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H5N1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100여 개 병원체 중 하나이며 2009년부터 유럽연합 전략물자수출통제법의 적용을 받는 병원체이다.

바이러스학자들은 이것은 이들 병원체를 가지고 연구하는 모든 유럽의 과학자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수출허가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법원과 생물안전법과 연관된 과학문제 정책결정자, 그리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측에 생물안전문제와 이중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연구(dual use research, 과학적 발견이 해로운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자문을 하는 미국의 독립위원회인 '국가생물보안자문위원회'(US National Science Advisory Board for Biosecurity) 같은 기구 창립을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SV는 또한 H5N1 계통의 독감바이러스를 공학적 조작을 통해 만들었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의학센터(Erasmus Medical Center, EMC)의 바이러스학자인 론 푸시에(Ron Fouchier)를 지지했다.

푸시에는 수출허가가 필요한 그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 발표를 위해서 법정 공방을 벌였으며 지난 10월 31일에 EMC는 암스테르담 상소법원에서 소송을 다투었다.

이번 ESV의 서한문제가 발생한 배경은 지난 2011년 푸시에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다. 이 논문은 어떻게 H5N1 변종 바이러스를 조작했는지, 어떻게 족제비 사이에서 공기를 통해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기능획득’ 연구(즉 생물체의 감염성 또는 병원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안된 실험)의 생물안전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반대의견이 제출되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유럽연합 수출통제법을 인용해 푸시에와 EMC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수출허가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시에는 처음에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지만 지난해 4월에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는 며칠 뒤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푸시에는 이 연구가 기초과학연구를 제외시킨 유럽연합 수출통제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EMC는 수출허가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논문에서 묘사된 방법은 이미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법원에 의해서 기각되었으며 정부가 이러한 논문을 평가하면서 발표시점이 늦어지는 것보다 생물학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결했다.

이태리의 파두아대학(Unviersity of Padua)의 바이러스학자이면서 ESV 의장인 지오르지오 팔루(Giorgio Palu)는 '수출허가를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결정은 푸시에 자신의 의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법원의 결정은 과학자들을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팔루는 "이러한 결정은 네덜란드와 유럽연합에서 리스트에 있는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연구자들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수출허가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외무부 대변인인 티스 반 손(Thijs van Son)은 "이번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네덜란드 정부 정책에 의하면 수출허가 여부는 아직도 연구자들의 의향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반 손은 “만일 연구자들이 수출통제법이 자신의 연구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수출허가서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만일 그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법률 위반의 책임을 져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벌금이나 구속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연구자들에게 허가서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자문을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반 손은 또한 ESV의 서한은 네덜란드의 당국이 평가해야 할 논문의 숫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통제법은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핵심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가요구를 통해서 수출통제당국은 공공보건의 혜택과 과학정보 공유의 자유에 반할 수 있는 유전자 기능부가 연구의 확산과 안전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만일 위험에 비해서 혜택이 더 많다면 수출허가서가 발급될 것이다.이것은 푸시에 교수의 신청 사례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H5N1사례는 2009 유럽연합 수출법에 대한 전례 없는 시험대였다. 그리고 다른 회원국가들이 유사한 사례를 처리하는가에 영향을 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이면서 ESV의 집행위원회의 일원인 벤 베르크하우트(Ben Berkhout)는 이번 판결은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이들 병원체에 대한 연구는 완전히 해롭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번 판결은 또 다른 관료주의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정부가 좀 더 위험한 실험에 대해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네이처> 2013년 11월 7일 (doi:10.1038/503019a) 출처 : http://www.nature.com/news/pathogen-research-laws-queried-1.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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