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사용금지 조치…관련 학회 "수많은 연구 통해 유용성·안전성 검증된 시약"

▲ 천식 진단을 위한 기관지 유발검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그동안 병원에서 천식진단을 위해 사용해온 ‘메타콜린’이 산업용 시약이란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 시약의 대체제가 하나뿐인 데다가 가격도 훨씬 더 비싸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학회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시약임에도 불구하고 사용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2일부터 의료기관 조제실제제에 의약품 공정서 규격에 맞지 않는 시그마사의 ‘메타콜린’ 사용을 금지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시그마사 제품은 일반적으로 고가의 표준품·연구용 시약 용도로 많이 사용되며, 제약·가정용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학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조제실제제 메타콜린을 의약품 공정서 규격으로 신고하고 원료수급 등을 이유로 실제로는 시그마사 제품을 사용해 왔다.

메타콜린은 천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식염수를 섞어 희석시켜 증기로 만든 후 흡입토록 한다.

이후 폐활량이 줄어드는 정도를 측정하는 식으로 천식 진단을 한다.

문제는 국정감사 등에서 의약품 기준에 맞지 않고 안전성 우려가 있는 산업용 메타콜린 시약을 사용하는 데 따른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올해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메타콜린 조제실제제가 20년이 넘도록 안전성 검사도 받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의약품 공정서 규격에 맞지 않는 메타콜린 사용을 금지하고, 관련 고시에 따른 절차를 통해 기준에 맞는 메타콜린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그 이전까지는 한시적으로 메타콜린 조제실제제 제조품목신고를 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을 통해 의약품 공정서 규격의 메타콜린을 수입·사용토록 했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에 따라 그동안 사용해 오던 산업용 메타콜린 사용이 갑작스럽게 금지되면서 의료기관들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특히 메타콜린 대체재가 하나 뿐인데다가 가격도 훨씬 더 비싸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메타콜린 외에 '만니톨'이 사용되고 있지만 검사 신뢰성, 민감성,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메타콜린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7만여건의 기관지 천식 진단검사 중에서 4~5만건이 메타콜린을 사용한 진단 검사로 추정된다.

천식알레르기학회 박중원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는 “대체품인 만니톨은 비용이 3만원가량 더 비싸고 과거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산업용 메타콜린 사용이 금지되면 미국 약전에 등록된 메타콜린 원료를 수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수입 절차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료를 수입한다해도 국내에 조제실이 있는 병원은 9군데 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식알레르기학회와 대한임상독성학회 등은 지난 2월에도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천식알레르기학회 측은 "산업용 메타콜린 시약의 임상적 유용성 및 안전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며 "국내에서도 1989년부터 산업용 메타콜린을 이용한 수많은 기관지유발검사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이 반복적으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학회는 "윤리적인 문제와 국민들의 우려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 FDA 승인을 받은 임상용 시판품 메타콜린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 및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임상용 시판품 메타콜린이 산업용 메타콜린에 비해 상당히 고가인 점, 이로 인해 메타콜린 기관유발시험 수가의 인상 등 결과적으로 의료보험 재정부담까지 모든 면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상독성학회도 "수십년간 관련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며 "천식진단 약품 프로보콜린과 산업용 메타콜린에 대한 비교연구에서 성분이나 순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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