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고 부작용만 초래" 폐지 목소리 커져…복지부 "환자부담 절감 등 효과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재정절감 효과는 적고 기존 보건의료제도에 되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약업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건강보험 기준(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그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행된 후 2012년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및 약가 일괄인하 정책 이후 지금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로, 내년 1월 유예기한 만료를 앞두고 존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6일 오전 협회 4층 대강당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제약산업과 보험재정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성균대대학교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사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대형병원에 치중된 제도로 참여율 및 평균 약가 할인율이 대형 종합병원에 편중돼 있다"며 "인센티브 지급액도 대형병원에 치중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95.7%, 종합병원의 85.9%가 시장형 실거래가제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의 참여율은 각각 8.5%, 9%에 불과하다.인센티브 지급액도 전체 2,399억원 중 서울아산병원 123억원, 서울대병원 123억원, 삼성서울병원 79억원, 부산대병원 65억원, 중앙보훈병원 64억 등 대형병원에 2,143억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재정절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약가할인율은 평균 2.9%이지만 종별로 분석해보면 상급종합병원 8.3%, 종합병원 11%인 반면 약국은 0.2%에 불과하다"며 "평균 약가할인율 2.9%도 약가인하기준을 감안해 약가인하율로 환산할 경우 0.65~1.62%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11년간 실거래가제도 하에서 평균 약가인하율 3.7%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약제비 절감이라는 제도 개선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제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일수록 본인부담금 경감비율이 높다"며 "동일 의약품을 투약해도 요양기관에 따라 본인부담금 차이가 발생해 보험약가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행정부담에 따른 비효율성도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운영과 관련해 요양기관의 업무가 복잡하고 관리비용은 증가하는데 비해 성과가 미미해 업무 부하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존재한다"며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수많은 의약품에 대해 정기적으로 요양기관별 실거래가격을 관리하는 업무부담을 안고 있어 과도한 행정비용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제비 통제를 통한 보험재정 절감은 약가 상환제도 외에 다른 기전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며 "정부는 보험자와 요양기관뿐 아니라 제약계와도 협의를 통해 제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합리적 수간, 생산적 제도, 예측가능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중소제약사간 양극화 심화…약가인하 효과는 미미"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이 이어졌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입찰시장과 비입찰시장의 약가를 괴리시킬 뿐 아니라 중소제약사와 대형제약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에 대한 리베이트 합법화에 불과할 뿐 약가인하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시행으로 이미 약가인하 기전이 작동 중"이라며 "시장 교란과 불법 리테이트 합법화에 불과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도매업계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박정관 이사는 "정부는 의약분업 당시 고시가에서 실거래상환제로 전환하면서 보험약에는 약가마진이 없다는 대원칙에 따라 기존 약가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병원에는 처방료, 약국에는 조제료를 신설했다"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서 약가차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보험약가 인하에 따른 국민 약제비 부담 경감이라는 도입 목적과 실익을 상실했다"며 "제약산업의 붕괴 및 국민 건강의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대한 우려도 실제 보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장 기전이 작동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약제기획부 김선동 부장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대해 우려되던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도 보고되지 않았고 1원 낙찰 품목 수도 거의 변동이 없다"며 "의원급과 약국에는 시장원리 작동이 충분치 않지만 일부 작동하고 있고 병원급 이상에서는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에 따른 별도의 대안이 제시될 때까지 운영해야 한다"며 "다만 상시적 약가 인하기전 유지는 필요한 만큼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제시되는 일부 문제점을 수정해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따른 편익을 강조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신봉춘 사무관(사진)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입찰 활성화를 통해 저가구매 및 공정경쟁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실거래 가격 파악에도 효과가 있다"며 "국민 편익 측면에서도 시행기간 동안 512억원의 환자부담이 절감됐다"고 말했다.

신 사무관은 "의약품 유동추명화 여건, 공정한 의약품 거래관행의 정착, 제약산업 발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건의료와 제약산업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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