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권(변호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방송으로 유명(?)해졌던 사모님 주치의에 대해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단신으로 처리되어 정확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징계는 단순한 회원권리 자격정지일 뿐이다.

즉 일반적으로 자격정지라 할 경우 의사면허에 대한 자격정지로 이해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오해할 소지가 높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회원들에 대해 면허 자격정지를 할 권한이 없다. 오직 보건복지부만이 면허정지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좀 오래 된 사안이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과대학 교수가 형집행정지를 원하는 중견기업 사장의 사모님에 대해 허위의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허위진단서 작성죄는 성립하기가 쉽지 않은 죄다. ‘허위’, 즉 자신이 작성하는 진단서가 진실에 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고의(故意)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객관적으로 작성된 진단서의 내용이 거짓이어야 한다는 ‘이중의 허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허위진단서를 작성했는지는 법원의 최종적 판결이 있어야 하지만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가 자정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중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간과된 부분이 있다. 과연 누가 형집행정지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치 형집행정지가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만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비춰지고, 의사만이 모든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마땅히 같은 정도의 비중으로 검찰·법무부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도의 단신으로 처리될 뿐, 해당교수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고 당해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며 교수 직위가 해제되었고, 협회의 회원자격정지라는 징계가 연이어 주요한 뉴스가 되고 있다.

사모님에 대해 형집행정지결정을 여러 차례 내려준 검찰·법무부 소속 검사들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었다거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거나 징계가 내려졌다는 내용을 들은 일이 있는가?

형집행정지에 대한 최종결정은 검찰·법무부에서 내려진다. 그렇다면 동일한 정도의 비난이 검찰·법무부에도 가해져야 하나 모든 비난은 병원과 의사인 교수에게만 내려지고 있다.

이들의 행동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만큼만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보석이나 형집행정지에 있어 개털이니 범털이니 하는 얘기가 시중에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벌 총수들이 형기를 만료하고 출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의사만 책임을 져야 한다면 왜 이런 일에 반드시 변호사가 선임될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치국가의 기본이 지켜지지 위해서는 이번 일을 기화로 제대로 된 문제제기와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경권은?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68회 의사국시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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