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고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그러나 국내에서는 툭하면 불거지는 의약품 품질관리 사고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2009년 IMS 헬스데이터가 공개한 각 나라별 제네릭 의약품 처방 비중에 따르면 미국은 89%로 제네릭 의약품 처방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캐나다 79%, 독일 74%, 폴란드 73%, 영국 59% 등의 순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비중은 54% 수준에 불과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관련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 미국, 해치-왁스만법 개정통해 제네릭 의약품 권리 강화

지난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수준 미달이나 조작 자료가 제출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뇌물을 받고 불법 허가해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사건 이후 FDA는 제네릭 의약품 생산 공정의 모든 시설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를 강화했다. 또한 제네릭 의약품 허가 신청서의 절반 가량이 30일 이내에 반송될 정도로 엄격한 심사절차를 도입했다.

제네릭 의약품 사용 활성화를 위해 채찍 외에 당근정책도 함께 펼쳤다.미국에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심사와 승인을 위해 FDA의 'Center of Drug Evaluation and Reserch'에 신청하는 프로세스를 약식 신약허가신청(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 ANDA)라고 부른다.

이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위한 전임상 및 임상실험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제네릭 의약품 신청인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은 1984년에 제정된 '해치-왁스만'(Hatch-Waxman)법이라고 불리는 의약 가격 경쟁 및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법을 통해 임상시험을 반복하지 않고 ANDA를 제출해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 승인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 제약사들은 처방의약품 시장에 대해 이점을 얻게 됐고 신약 개발 제약사들은 FDA 승인절차 동안 손해 봤던 특허기간을 되찾게 됐다.

미국은 2003년 12월 해치-왁스만법을 개정해 제네릭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보완하고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를 한층 쉽게 했다.

개정된 해치-왁스만법의 주요 내용은 ▲오렌지북 등재 특허범위 명확화 ▲특허 소송시 30개월 연장 1회만 허용 ▲퍼스트 제네릭 180일 독점기간 구체적 조항 명시 등이다.

이에 발맞춰 미국 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도 현저하게 내려갔다.

특히 체인 약국들과 소매업 체인들이 제네릭 할인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국에서의 제네릭 의약품 사용량은 2007년 56%에서 2008년 64%로 늘어난데 이어 2009년에는 89%까지 급증했다.

▲ 스페인, 의약 개혁으로 제네릭 의약품 소비 급증

스페인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149억 유로로 프랑스(273억 유로), 독일(270억 유로)과 이탈리아(199억 유로)에 이어 유럽 4위 수준이다.

스페인 제약산업 종사자는 2010년 기준 약 4만명으로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많으며 제약연구소 수는 약 200개로 유럽 전체에서 11.6%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불황과 국가 재정불안이 정부의 공공의료 지원 감축과 의료개혁 정책이 단행되면서 2009년까지 매년 꾸준히 성장해 오던 의약품 시장이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1.2%, -5.1%로 하락했다

스페인 내 의약품 판매 중 81.3%가 정부 지원 하에 소비되는데 정부가 긴축재정 등을 이유로 의약품에 대한 소비를 줄여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의료 부문에 대한 지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일련의 의료개혁 정책이 의약품 소비 위축에 단단히 한몫했다.

공공병원에서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할 경우 의약품 상표명이 아닌 원료명을 기입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약사는 환자에게 동일한 약품군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오리지널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네릭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정부의 공공용 의약 보조금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힘입어 스페인 내 제네릭 의약품 수요는 최근 빠르게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페인 약국에서 처방된 전문의약품 중 제네릭 제품의 비중은 8.4%에 불과했으나 2011년 말 현재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은 판매액 기준 10.7%, 수량기준 24.8%를 기록했다.

▲ 프랑스, 제네릭 의약품 처방율 낮은 약국에 압력

프랑스 정부는 포괄적 건강보험 시행을 위해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 처방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프랑스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률은 71%로 높은 편이지만 독일이나 미국 등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률에는 못 미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낮은 신뢰도가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의료비 비용을 절감해 국민에게 포괄적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 판매가 적은 약국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5억3,000만 유로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일본, 제네릭 의약품 대체조제 시 약국에 인센티브 지급

일본의 제네릭 의약품 사용 비중은 2009년 20.2%에서 2011년 22.8%로 증가하진 했지만 아직까지 2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제네릭 약품의 품질, 원제품과의 다른 유통경로 등에 대해 불신감이 높은 의료 관계자들 때문에 그동안 일본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보급이 저조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일본 후생성은 제네릭 의약품 점유율 30%를 목표로 2003년부터 제네릭 사용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06년에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제네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네릭 기업을 대상으로 약품의 안정 공급을 비롯한 다양한 시책을 마련했다.지난 2008년에는 처방전 양식을 변경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쉽게 제네릭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약국이 제네릭 의약품을 조제하면 가산점을 주는 ‘후발의약품조제체제가산’ 제도를 신설했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제네릭 의약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시장 조사기관인 후지경제는 올해 일본 제네릭 의약품 시장이 4,889억 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본형 포괄수가제(DPC)’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후발 의약품 조제체제 증가에 힘입어 제네릭 의약품 시장이 2010년 전년 대비 23.4 %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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