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해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등 처벌
안전보건전담 조직·인력 별도로 둬야
대형 제약사는 법규정 따른 준비 마쳐...중소제약사는 인식 부족

[라포르시안] 오늘(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의 대응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별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경기 이천 물류 창고 건설현장 화재 사고 등 ‘중대산업재해’와, 2011년 5월부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에서 규정한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 이 중 중대시민재해에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를 가리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도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지난해부터 대응방안 마련에 힘써왔다.

지난해 1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제약바이오기업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쟁점과 실무 웨비나를 개최하고 업계 대응방안을 공유한 바 있다.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서경 변호사는 “의약품은 제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해야 하고 중대시민재해 발생 우려가 있거나 발생하면 보고 및 신고 등을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제약사 내 안전보건관련 전담 조직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 라포르시안 취재 결과,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대부분 전담 조직 및 인원을 구축하는 등 중대재해법 대응 준비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직무 전문성을 갖춘 4명의 스페셜리스트 전담조직 구축을 완료했다. 해당 조직은 외부에서 영입한 중대재해 담당자 2명과 내부에서 충원한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등 2명으로 구성됐다.

일동제약은 중대재해와 관련한 대응 프로세스 및 매뉴얼을 수립하고, 본사와 각 사업장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안전·보건관리 총괄 책임자와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 등 실무자를 배치를 완료했다. 유한양행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올해 6명으로 구성된 안전보건팀을 신설했다. 

반면, 중소 제약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태다.

A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중소 제약사들은 대부분 중대재해처벌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생산공장이 있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이고 대부분 자동화가 돼 있어서 인력의 직접적 투입이 거의 없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을) 인식하지 못하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은 여력이 있어서 별도 전담조직을 꾸리고 자격증이 있는 외부 전문가들을 충원하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일”이라며 “대부분 추이를 보면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B제약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사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위한 따로 TF가 운영되는 것은 없다”라며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모든 부서가 모여서 회의할 때 공유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준비할까 회의를 진행하기는 했으나 브레인스토밍에 그쳤고 아직까지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있어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규모에 따라 안전·보건 전담조직의 규모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작은 제약사는 전담 조직과 전담 인원을 기존 부서에 녹이려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심지어 영세 제약사의 경우 명함에만 존재하는 전담 인원과 부서를 두고 안전·보건 업무는 공장에서 형식적으로 보고 받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전담 조치의무 위반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궁금하다”며 “사업장의 규모 및 근무인원 수, 자동화 여부 등을 비롯해 구체적인 항목에 맞춰 기업이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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