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협회, 이사회 의결 거쳐 실행 여부 결정
“파행적인 유통구조위원회 운영·졸속 추진” 비판 제기돼

[라포르시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유철욱)가 ‘유통전문대리점’과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 제도화를 공식 추진하는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논란이 예고된다.

협회 유통구조위원회(위원장 김영민)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고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와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 추진을 이사회 의결 안건으로 올려 공식화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 개선’ 문건을 통해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 신설’을 통한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를 건의한 바 있다.

당시 문건을 살펴보면, 현행 의료기기 판매업은 신고제 운영으로 사전·사후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약사법상 의약품 도매업과 같이 의료기기 도매업을 신설하고 허가제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즉 의료기관에 치료재료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시설·인력 및 자본금 보유기준을 충족해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제안한 것.

구체적으로는 의공기사 등 자격 또는 면허를 소지한 사람을 ‘도매업무관리자’로 두고 자치단체장에게 인력신고를 해야 하며, 의료기기 도매상의 경우 일정액 이상 자기자본금을 보유해야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는 영세·중소대리점의 경우 강화된 시설·인력 기준 및 자기자본금 보유액 요건을 맞추지 못해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를 중심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대리점이 수행했던 유통과 영업부문 가운데 유통(물류)는 대형화·전문화된 ‘유통전문대리점’이 전담하는 대신 기존 대리점의 경우 공급사와 영업마케팅에 대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판촉영업 대행수수료를 받는 ‘의료기기 CSO’(판촉영업대행사)를 양성화하자는 오해를 불러 업계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 또한 ‘수가 인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협회는 의약품의 경우 약국과 의료기관의 구입 및 재고관리 등에 관한 비용을 ‘약국관리료·의약품관리료’ 항목의 별도 수가로 산정해 급여함으로써 보상이 이뤄지는 반면 치료재료는 의료기관의 사용 과정에서 소요되는 관리비용을 불인정해 불법·편법을 조성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치료재료 급여품목 실거래가의 5%를 ‘치료재료 관리료’로 산정해 병원에 급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련해 의료기기업체들은 치료재료 관리료 별도 수가 산정이 ‘어불성설’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약국은 실제로 의약품을 구매·보관·재고관리를 수행하는 반면 치료재료의 경우 의료기관 내 제품 수탁관리를 의료기기 공급사가 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료를 병원에 급여해야 할 명분 자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병원 입장에서 치료재료 관리료 급여를 통해 실제 제품 매입부터 재고·가납관리를 직접 수행할 가능성 또한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건복지부는 협회가 치료재료 관리료 명목으로 수가를 별도 산정해 달라고 건의할 경우 치료재료 수가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협회가 치료재료 관리료를 산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정부를 상대로 현 수가가 부족하니 더 올려달라는 의미이지 않겠느냐”며 “보험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치료재료 실거래가와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를 토대로 수입가·공급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것이며, 이로 인한 급여 품목 가격 변화와 수가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다국적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협회가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을 요구해 전면조사가 이뤄진다면 치료재료 수가 인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의료기기산업협회가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와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의료기기협회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안’ 논란..."부실한 내용">  

당초 간납사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유통구조개선TF’가 현 유철욱 회장 취임 이후 유통구조위원회로 승격됐지만 위원장이 중도 사임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으로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했다는 이유다.

유통구조위원회 한 위원은 “과거 유통구조개선TF 시절에는 간납사 폐해를 개선하고자 회원사들의 참여가 활발했다”며 “하지만 위원회 승격과 함께 도매업 허가제 신설, CSO 양성화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협회장의 측근을 중심으로 위원회가 운영되다보니 정작 회원사들의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협회 내부적으로도 유통구조위원회의 파행적인 운영에 우려가 크지만 워낙 협회장의 추진 의지가 강하다보니 위원들로서도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협회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협회장이 독단적으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측근 1~2명을 동원해 졸속 운영되는 유통구조위원회에 대한 회원사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가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을 제안할 경우 현행 수가에 대한 전면적인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이는 곧 수가 인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만에 하나 협회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결국 그 피해는 회원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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