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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모자라…” 언제까지 헌혈권장 정책에 기댈 것인가고령화로 혈액부족 사태 심화 우려…"무수혈 치료 등 수혈 줄이는 쪽으로 전환해야"
▲ 이번달 22일 현재 혈액보유량 (출처: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혈액부족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내에서는 헌혈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젊은층의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노년층의 혈액 사용량은 젊은층의 8배에 달하고 있어 혈액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직업별 헌혈률 통계(1995~2011)’ 자료에 따르면 전체 헌혈 인구 중 학생 헌혈자는 1995년 34.5%에서 2011년에는 57.4%로 증가했다.

또 대한적십자사의 자료를 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총 179만4,176명이 헌혈을 했고, 이 중에서 53.5%인 95만1,275명이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정림 의원은 “우리나라는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혈액부족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단순히 헌혈률을 높이려는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헌혈권장정책 자체의 문제점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헌혈과 수혈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1년 질병관리백서’에 따르면 2008년 2,405건, 2009년 2,434건, 2010년 2,194건, 2011년 351건 등 4년간 발생한 수혈관련 증상 건수는 총 7,384건에 달했다.

특히 헌혈 도중 각종 부작용을 겪은 헌혈자가 2009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만1,592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보상금 지급액도 약 6억 원에 달했다.    

"무수혈 치료, 수혈로 인한 부작용·혈액부족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 이 때문에 헌혈을 중심으로 한 공급 위주의 혈액관리 정책에서 혈액 낭비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과 함께 무수혈 치료 유도 및 수혈감소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그동안 혈액은 헌혈자의 기준과 유통과정에 대한 감시 등 감염예방을 위한 관리만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혈액 감염관리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십자가 부적격 혈액을 유통해 논란이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적십사자의 ‘법정감염병 발생지역 단체헌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7월까지 폐결핵, 유행성이하선염, A형 간염 등이 발생한 학교에서 총 20차례에 걸쳐 단체헌혈을 시행해 채혈한 일부 혈액을 유통시켰다.

박 교수는 “아무리 깨끗한 혈액이라도 환자에게 투입되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제대로 감염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혈액은 어떻겠냐”며 “값싸게 혈액을 무조건 공급하려는 헌혈 위주의 과거 정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수혈을 줄이는 등 혈액 낭비를 억제하고 부족한 혈액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혈액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공급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혈과 혈액공급을 줄이는 ‘무수혈치료’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무수혈 치료는 하나의 치료법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전 과정에서 수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며 “수혈로 인한 부작용 해결과 혈액부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중에는 보다 적극적인 무수혈 치료를 위한 '무수혈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을 비롯해 순천향대 천안병원, 인제대 백병원, 서울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10여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무수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수혈대체연구회 이종현 학술이사(부천세종병원 마취과장)는 “노년층 인구 증가와 의료수요 확대로 인해 수혈과 관련된 질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혈액관리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혈액관리를 위해서는 수혈을 적게 하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무수혈 치료가 대안이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수혈을 필요로 하는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에서 수술 전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혈색소를 충분히 올리는 방법, 자가수혈, 환자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극대화해 빈혈 상태를 벗어나는 방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무수혈치료는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의 전환으로 가능한 치료방법이기 때문에 의료계도 혈액 사용을 최소화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도 이러한 생각에는 공감했지만 무수혈 치료를 권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과 이동한 과장은 “무수혈 치료를 주장하는 의료계처럼 우리 역시 불필요할 정도의 수혈로 혈액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책의 방향성 역시 꼭 필요한 혈액만 사용하게끔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하지만 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변수가 다양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무수혈 치료를 실시하는 기준을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최소한의 수혈을 통해 혈액을 아껴야 한다는 원칙은 같지만 상세한 기준은 국가차원의 정책전환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안정적인 혈액 공급 및 보유를 위해서는 헌혈권장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수혈학회 권석운 이사장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학생을 중심으로 헌혈자가 몰리는 등 혈액 수급의 불균형과 혈액 보유량의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학회 측에서는 혈액부족 사태의 해결은 헌혈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헌혈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참여를 늘리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다”고 말했다.

양영구 기자  yang0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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