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법안소위 "복지부가 직역간 갈등 합의점 찾아라"
간협 "복지부 역할 기대하기 힘들고 조율 불가능"
의협 "특정 직역 위한 법제정에 복지부가 중재 나설 이유 없어"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간호법과 관련해 직역 간 조율에 적극 나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부만 바라보지 않겠다. 간호협회는 이미 간호법 통과와 관련한 비공개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적극 활동에 나설 것이다.” -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복지부의 직역 간 의견 조율은 전혀 의미 없다. 특정 직역 이기주의가 베이스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간호법'을 둘러싼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사단체는 간호법이 국회에 오르기 전부터 강력한 반대를 표명해왔다.

지난달 21일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를 3일 앞두고 간호법, 간호・조산법 제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법안소위가 열리는 24일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복지위 법안소위는 간호법안과 간호·조산법안을 심사하면서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 직역 간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복지부가 조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관련 기사: 복지위 '간호법' 심사 보류..."합의점 찾아라" 복지부에 공 떠넘겨>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갈등이 좁혀지키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협회는 법안소위 이후 1인 릴레이 시위와 매주 수요일 국회 앞 집회를 통해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집회를 통해 간호협회는 간호법 통과와 함께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과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를 촉구하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관련 기사: 간협, '간호법' 반대 의료계 겨냥..."공공의대 설립·의대정원 확대해야">

뿐만 아니라 시도간호사회는 지난 24일을 전후로 각 시도의사회에 대한 항의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라포르시안은 복지위 법안소위가 한달 지난 시점에서 간호협회와 의사협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 측은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 갈등에 있어서 복지부의 조율 가능성이나 필요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간협 “정기국회 통과 위해 총력전”

간호협회는 간호법 관련한 직역 간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것 자체가 어렵고, 복지부의 역할도 미미할 것으로 봤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복지부에게 간호법과 관련해 직역 간 의견을 조율하라는 숙제를 줬다”며 “하지만 간호협회와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의 입장차가 크다 보니 직역 간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와 관련한 비공개 토론을 했는데 각자의 입장만 이야기를 할 뿐 의견을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이유로 복지부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도 내놨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굳이 (직역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설까라는 생각이 든다. 복지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협회 입장은 협회대로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기국회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간호법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법 추진 주체는 대한간호협회인 만큼 간호법 통과를 위해 적극 활동하고 있다”며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정기국회 안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도는 지났지만 내년 1월에도 진행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국회에서 간호법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 “간호법은 특정 직역 이기주의 법안”

의사협회는 간호법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조율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직역 간 의견은 조율 전혀 의미 없다”며 “의사협회뿐만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직역에서 들어온 의견만 해도 수천 건이 넘는다고 들었다. 이 모든 부분에 조율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간호법, 보건의료직역간 갈등·혼란만 증폭시켜...폐기해야"> 

이 관계자는 “의료라는 것은 한 직역이 혼자서 하지 않고 대부분 여러 직역이 같이 어우러져서 중요한 행위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도 의료법 안에서 의료 관련 직역을 분리한다. 이렇게 특정 직역의 법안을 따로 법으로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OECD 38개 국가 중에서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11개국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법안 등에서는 ‘의사의 지도 하에’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로 변경하고,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향후 해석을 통해 업무범위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 및 지역사회돌봄 관련한 간호사 역할 확대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고령화가 되고 환자들이 더 안 좋아질수록 진료를 제대로 보게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의 역할을, 의사는 의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고령화사회와 지역사회돌봄을 근거로 간호법을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간호협회의 집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의사들도 거리로 나가서 싸우고 투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고 의료 현장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간호협회가 직역 이기주의를 위해 싸우고, 거리에서 호소하고 시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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