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운영위원장)

[라포르시안] 품목허가·인증·신고 등 의료기기 품목허가 갱신 시작은 2025년 1월 1일부터 진행 될 예정이다. 품목허가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기회사들은 이미 허가 갱신 준비를 시작했다. 아마도 갱신 준비는 허가증을 검토해 변경할 부분이 있는지, 품목허가를 취하할지, 또 변경한다면 시험을 추가로 해야 할지, 혹은 하지 않아도 될지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유럽 MDR 도입과 더불어 국내 의료기기 품목허가 갱신제 도입은 품목허가·인증·신고 변경이라는 커다란 파도를 몰고 온 장본인일 것이다. 의료기기 RA 담당자들이 변경 관리를 통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환 기간 부재’와 ‘허가증 별첨’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MDR과 달리 우리나라 의료기기법에는 변경에 따른 전환 기간이라는 것이 없다. 허가도 변경도 바로 그날부터다. 경미하거나 단순하거나 중대한 변경 심사 후 전환 기간이 없기 때문에 제품 재고를 쌓아 두고 라벨을 개정하는 등 크고 작은 애로사항들이 발생한다. 예상보다 빠르거나 또는 지연되는 변경도 담당자들에게는 모두 다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의료기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환자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라고 생각한다. 변경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의료기기 특성상 다양한 변경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의약품 역시 과거보다 변경이 잦아졌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제조 및 시험방법 발달과 공급원 변경 등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의료기기는 품질경영시스템을 통해 ‘Plan Do Check Act’(PDCA·사업 활동에서 생산 및 품질 등을 관리하는 방법) 사이클을 통해 제품 개선을 한다.

즉, 더 좋은 제품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변경이 필수라는 말이다. 품목허가 갱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허가 변경을 위해 허가증을 탐독하다 보면 많은 변화 이력을 통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2003년 제정되고 2004년부터 시행된 의료기기법은 단시간에 큰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약사법에서 독립해 별도의 독자적 체계를 만들어 가고 의료기기라는 제품 특징에 맞도록 옷매무새를 다듬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GMP 해외 제조소 실사 ▲허가 신고 체계에서 허가 인증 신고로 개편 ▲인증 업무 외부기관 위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전폭적 지원▲체외진단의료기기법 및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등 특별법 제정 ▲품목허가 갱신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의료기기 허가증을 보면 기재방식도 많이 변화했다. 고시 변경도 변경이거니와 민원인을 위한 지침은 시대를 반영하면서 허가증에 기재해야하는 별첨 내용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방대해졌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는 허가증이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일종의 출생증명서와 같은 것인데, 출생 이후에는 출생증명서에 이력서를 첨부하며 발전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외형, 원재료, 안전에 관한 규격, 성능, 사용법 등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크게 라벨, 즉 표시 기재사항 한 축과 제조관리·GMP상 변경 등 다른 축으로 관리가 된다. 의료기기회사 RA 담당자들이 전환 기간 부재와 더불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아마도 허가증 첨부가 아닐까 싶다. 첨부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첨부된 내용 중 하나라도 변경이 있는 경우일 것이다. 국가마다 변경 관리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회사는 제품 변경을 하기 전 대부분 변경에 따른 국가별 규제영향을 사전에 조사한다. 글로벌 담당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우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유사한 듯 유사하지 않은 규제로, 변경에 따른 영향이 다양한 변주를 빚어낸다. 그래서 3개국 중 한 곳이 주요변경으로 판단되면 나머지 2국에서도 진짜 주요변경인지 아닌지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전환 기간의 유연한 운영이다. 전환 기간 도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용자와 산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다만 전제 조건은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여야 할 것이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즉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변경은 크게 성능과 연결한 기술적 특징이나 원재료 변경 등을 포함한 제품 자체에 대한 변경, 표시기재 변경, 제조공정이나 공급자 변경 등을 포함한 GMP 시스템의 변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든 변경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성 및 유효성에 큰 영향이 있는지 여부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510(K) 접수 변경 절차 흐름도를 살펴보면 변경을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눈 것을 알 수 있다. 제품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변경은 새로운 510(K)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방법이나 사용상 주의사항 등 라벨의 변경, 성능 개선을 포함한 기술적 변경, 원재료 변경에 따른 범주로 나누고 순서도 흐름에 따라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 흐름도에서도 안전이나 유효성에 큰 영향이 있다면 당연히 신규로 510(K) 접수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변경 관리에서는 최초로 위험 분석을 시행해야 하며, 의도치 않은 변경으로 인한 결과 등을 모두 고려해 위험분석을 완료하게 된다. 해당 분석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시험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변경에 대한 입증을 한다. 상당히 많은 부분 변경이 자사 문서화로 귀결된다.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정책의 결과이다.

국내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이 변경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 다만 통상적으로 변경으로 인한 규제영향 분석 시에는 허가증과 별첨 기재내용 변경인지를 먼저 확인한 후 안전성 유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변경인지 판단해 변경 경로를 결정한다. 경미한 변경, 단순 변경으로 분류되면 최대 10일 정도면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술문서 변경 심사가 많고 면밀하게 검토될 내용이 많으며, 업계에서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변경 검토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전환 기간이 없다면 제품 수급과 공급 계획이 뒤따라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제품 품절과 환자 치료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전환 기간이 권장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허가증 별첨을 다이어트 하는 것이다. 현재 허가증 별첨 내용은 방대하고, 그 내용 중 하나라도 변경이 되면 허가 변경을 해야 한다. 특히 원재료의 경우는 의약품만큼 까다롭다. 놀라운 사실은 기재방식의 변천사로 인해 과거에 기재하지 않았던 원재료를 추가로 기재하게 되거나 과거에 상세 기재하지 않았던 내용을 상세 기재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원재료가 변경되지 않았음에도 원재료 변경으로 간주돼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시험을 추가로 시행하고 제출해야한다.

현재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자료는 ISO10993의 최신 기준규격이 완전히 도입된 상황은 아니라 제조사에서 준비한 생물학적 평가 자료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이는 국내 재시험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변경 또한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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