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병원으로 감염병 재난대응 역부족
공공병상 소진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과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에 의존
손실보상금 지급 누적 2조8천억...그 돈이면 최대 19개 공공병원 신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으면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행이 가장 거센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미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한계치를 넘어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환자를 전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병원은 유행이 장기화하는 속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지속해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 난이도와 부담감이 높은 확진자 격리치료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됐고, 추가로 병상을 확충할 공공병원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택한 건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한 병상 동원 행정명령과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 모집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질 때마다 정부가 내린 병상 동원 행정명령만 수 차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병상 동원 행정명령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대상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8월 10일, 9월 13일, 11월 5일, 11월 12일 그리고 오늘(12월 10일)까지 총 6회에 달한다. 

행정명령으로 확보한 코로나19 병상은 중환자 전담치료병상과 준-중환자병상 등을 모두 포함해 10일 현재 3만1,160개다.  이 중 17,048개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이다. 현재 이들 병상의 70~80%가 가동 중이며, 신규 확진자가 하루 5000~7000명씩 쏟아지고 있어 유행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머지 않아 가용병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나마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이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에 들어간 재택치료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마저 방치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병상 동원 행정명령과 함께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도 모집해 병상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모를 통해 코로나19 민간 전담병원 2곳을 추가 지정했다. 지금까지 지정된 민간 전담병원은 평택 박애병원, 오송 베스티안병원, 남양주 한양병원, 혜민병원 등 4곳이다. 이들 병원은 기존 환자를 내보내고 시설을 보수해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중환자 전담병원으로 활용한다.

표 출처: 건강보험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 & View)에 실린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방안' 중에서.
표 출처: 건강보험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 & View)에 실린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방안' 중에서.

정부가 이렇게 병상 확충을 위해 민간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리고 전담병원 공모를 하는 건 공공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0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그쳤고, 공공병상 비중은 10.0%였다. OECD 국가에서 평균 공공병원 비율 48.0%, 공공병상 비율 7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의료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이상을 감당하는 실정이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병상도 거의 소진됐다. 최근 서울시는 산하 시립병원을 모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공공병원 대부분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이들 병원을 이용하는 취약층의 의료이용 접근성이 떨어져 진료공백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으로 또다른 신종 감염병 유행이 닥쳤을 때도 상황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도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정부의 실행 의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2022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97조 4,767억원이다. 이 중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예산은 70개 중진료권 중 13개 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사전용역비 26억원과 울산과 광주 지역 공공병원 신축 설계비 20억원 등 46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정도가 예년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커진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코로나19 환자로 인한 일반환자 감소 손실, 감염병전담병원의 의료부대 사업 손실과 회복기간 손실, 확진자 치료의료기관의 직접비용 손실 등으로 보상하기 지급한 손실보상금이 2조 7,961억원((1∼18차 손실보상금 누적 지급액)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면 공공병원을 몇 개나 더 신축할 수 있을까. 최근에 신축을 추진하거나 신축한 공공병원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자료를 보면 300~500병상 규모 병원은 병상당 비용이 대략 5억원 정도였다. 약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데 1,500억~2,500억원 정도 든 셈이다. 이 정도 돈이면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최소 11개에서 최대 19개까지 신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를 보면 공공병원 신축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담뱃세로 조성하는 건강증진기금의 40~50%를 공공병원 신축에 의무 할당하면 매년 매년 1조 5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공공병원 신축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환자 치료와 의료지원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컨테이너 45개를 설치한 모습. 사진 제공: 근로복지공단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환자 치료와 의료지원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컨테이너 45개를 설치한 모습. 사진 제공: 근로복지공단

공공병원 확충은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다. 신종 감염병 유행 시기마다 병상과 인력부족은 반복될 덴데, 그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임시방편으로 민간병원에 병상을 구걸하는 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은 공공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국공립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필수의료 보장과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건 '공공의료 돌려막기'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또다시 등장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첫 걸음은 양적으로 부족한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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