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장애인·홈리스 등 재택치료 사각지대
"공공병원은 이미 포화상태...80세 이상 고령환자 전원 거부 많아"
"강력한 방역강화 조치 즉시 시행하고, 취약층 지원책 펴야"

[라포르시안]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의료대응 역량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료기관들은 체감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사람들은 집에 있고, 입원병상에 입원해야 할 사람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있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일반병실에 있으며, 중환자실은 포화된 상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한 달을 넘기면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 규모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유행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위중중 환자 규모가 커지면서 의료대응 역량은 금세 차올랐다. 

정부는 의료체계에 미치는 업무부담을 덜기 위해 확진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전환했지만 제대로 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재택치료는 '재택 방치'나 입원을 위한 '재택 대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종로타운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현장 증언은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이 주최했다. 

이날 증언에서는 확진시 재택치료 원칙이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별과 배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기숙사에 여러 명이 살고 있고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사업장 내 임시시설 등 기숙사가 아주 열악해 감염되면 재택치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여러 명 살아야 되기 때문에 확진자랑 분리해서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며, 재택치료가 오히려 기숙사에서 확진자를 늘어나게 할 수 있을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재택치료를 할 경우 언어 문제도 심각하다. 많은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이 한국말, 특히 방역 용어를 잘 이해할 수 없고 의료에서 쓰는 말을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에게 재택치료 하라고 하는 것은 코로나 감염병에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시설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증증 장애인과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도 재택치료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중증장애인이 확진될 경우 활동지원사가 곁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11월 말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해 보건소와 지자체 상대로 병상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미 병상은 꽉찬 상황이라 기다리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 재택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긴급돌봄-활동지원사 파견을 요청했으나 자가격리자는 파견이 가능하나 확진자에게는 활동지원사를 파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병원 입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빠른 이송을 해야하는데 그쪽은 자리가 없다는 도돌이표 답변뿐이었다"고 전했다. 

김 기획실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장애인 확진자는 활동지원인력(사회서비스원 활동지원사, 민간 활동지원사, 가족 등)이 동반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가 열려야 한다"며 "무증상이나 경증이라 재택치료를 원하는 장애인 확진자에게는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활동지원인력이 파견되어야 하며,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24시간 긴급돌봄이 필요하며, 확진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위험수당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최일선인 의료현장 상황은 더 열악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응급실 진료공백과 비코로나 환자의 진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왔다. 

정형준 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
정형준 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

정형준 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은 이날 증언에서 "서울시내 공공병원 의사에 따르면 의료대응능력의 한계 상황 등으로 인해 임신부이거나 안과질환이 있거나 골절환자 등 별도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코로나19 확진 입원치료 대상자의 경우 산전진찰과 같은 필수의료나 급성폐쇄각녹내장과 같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만 간신히 입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치료하고 있던 코로나19 환자 상태가 악화돼 같은 병원 중환자실이 다 차서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하려 해도 이미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의 코로나19 중환자실은 포화상태라 이송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면서 "중환자 상당수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준중환자병상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80세 이상 고령 환자는 감염 후 증상이 심각해도 중환자실 전원이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령환자는 치료가 쉽지 않고 치명율이 높다는 이유로 상급종합병원이 배정을 꺼리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중등도 환자를 전담하는 지방의료원 의사에 따르면 60세 미만 환자는 쉽게 중환자실로 전원이 되지만 80세 이상 고령환자는 증상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중환자실 전원이 쉽지 않다"며 "지방의료원 등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는 고령환자가 입원할 때 악화돼도 중환자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설명하며 연명의료중단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요청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DNR(소생치료거부) 동의를 해야 전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많은 의료자원이 투입되면서 비코로나 환자 진료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에 따르면 병상이 없다보니 응급실에서 확진된 코로나19 환자는 입원하지 못하고 응급실 발열환자 격리구역에 격리되어 있고, 응급실 발열환자 격리구역이 포화돼 다른 질환 발열 환자는 응급실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며 "코로나19가 아닌 질환을 치료받던 2차병원 환자가 상급병원의 치료가 필요해진 경우에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코로나19 PCR검사 결과 없으면 아무리 위중한 환자라도 전원을 받지 않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중환자병상과 간호인력 부족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병동은 일반병동보다 중증도가 높아져 업무강도가 더 센 편인데, 유행 장기화로 현장 간호사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업무부담은 더 높아졌다. 이 때문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가 늘고 있다. 

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일부 공공병원에서는 현장 간호사 부족과 누적 피로가 가중되고 있으며, 간호사를 충원해도 충원된 만큼 사직해 기존 직원들의 피로도가 가중돼 중간 연차들 사직이 줄을 잇고 있다"며 "지난 9월 28일 정부가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당 간호사 배치기준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은 인력지원 안하고, 시범사업 시행시기조차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대응 의료체계가 한계치를 넘어섰고, 이대로 가면 전체 의료체계 붕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거리두기 방식의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취약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원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의료현장이나 장애인, 요양시설 등에서의 현장에서의 증언은 지금 시기가 위기라는 점, 그 위기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불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줄 것"이라며 "정부가 방역강화조치를 강력하게 그리고 지금 즉시 내려줄 것을 촉구하며,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이로 인한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의 피해는 사회적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공동대표는 "사립대형병원들을 비롯한 병상 동원을 보다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다른 모든 나라들의 병원이 공사립병원을 막론하고 코로나로 인한 의료위기 상황에서 해왔던 일"이라며 "그리고 공공병원 강화정책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중장기정책에도 중요하지만 당장 의료진의 사직서가 줄을 잇고 있는 공공병원 의료진에게 희망을 주는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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