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분배 불공정 따른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출현 위험 상존

이미지 출처: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형평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Monster Alert' 중에서
이미지 출처: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형평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Monster Alert' 중에서

[라포르시안] 지난 2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를 알파·베타·감마·델타에 이어 5번째 우려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했다. 

WHO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최초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는 남아공 77건, 보츠와나 19건 등 약 100건이 확인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남아공과 인점국가 등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등 오미크론 확산 차단을 대응조치에 나섰다. 

아직까지 오미크론의 감염력과 중증 위험도과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델타보다 감염력이 훨씬 더 높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오미크론 확산은 글로벌 5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 백신 형평성이 왜 중요한가는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소득 국가까지 충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언제든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해 글로벌 방역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영국에서 보고된 알파형부터 같은해 10월 남아공, 올해 1월 브라질,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변이까지 특정 지역의 코로나19 유행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위한 조건을 마련한다. 특히 국가간 백신의 불공정한 분배와 그에 따른 접종률 격차는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출현을 언제라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뤄진 지 1년이 지났지만 국가별 백신 공급은 여전히 고소득 국가로 편중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다수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미 상당수 인구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여기에 추가접종(부스터샷) 접종율도 평균 8%에 이르고 있다.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백신을 단 한 차례라도 접종한 인구가 6%에도 못 미친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우어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1월 27일 기준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완전접종률은 7.2%이고, 한 차례라도 백신을 접종한 비율까지 합해도 1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한 남아공의 백신 완전접종률은 고작 1.17%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국가별 백신 접종률. 표 출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우어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소득 수준에 따른 국가별 백신 접종률. 표 출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우어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시민사회단체는 백신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 면제를 통해 가난한 국가에서도 백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코로나19인권대응네크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일 오전 화이자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제약기업인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비판하면서 특허 면제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고소득국가는 인구의 65%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백신접종 완료율은 6% 수준이며, 저소득 국가는 단 2%에 불과하다"며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이제까지 생산한 백신 중 80%를 지불능력이 있는 소수의 고소득 국가에 공급했으며, 값비싼 백신을 구매할 수 없는 저소득 국가에는 단 0.1%만 공급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세계 공평한 백신 접근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시 또다른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백신 독점은 팬데믹 해결 자체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팬데믹이 계속되면 변이바이러스 출현 위험이 계속 존재하고,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7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스페인, 에티오피아, 남아공, 튀니지 등 8개국 정상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를 촉구하며 워싱턴 포스터에 공동 기고한 글의 첫 문장은 이렇다.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오미크론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불공정이 가난한 나라에서 감염력과 중증 발현도가 더 높은 변이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세계 모든 국가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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