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 첫날 관련 질의 쏟아져…'한방의료 대국민 실태조사' 근거로 활용돼

▲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의 복지부 국정감사 모습.

한의계가 현대 의료기기 활용권을 보장받기 위한 전방위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는 전회원 총회를 통해 현대 의료기기의 활용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진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활용의 당위성을 홍보했다. 정치권을 상대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활용을 보장하는 법제도 마련 필요성을 적극 설득하고 있으며, 이미 국회에는 한의사가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한의약법'도 발의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의학의 현대화 및 과학화를 위해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명연 의원(새누리당)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전통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연 의원은 “한의약 육성법에 따르면 한의약이란 전통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있고 한의약기술의 과학화·정보화를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에서 장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사는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의약 육성법 제2조에는 ‘한의약이란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제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의약기술의 과학화·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한의사의 MRI, CT, X-ray, 초음파 사용으로 인해 2011년 4명, 2012명 12명, 2013년 2명(6월 기준)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의약 육성법에 한의학의 과학화·정보화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 사용으로 행정처분을 받는 이유로 현행법과 반대되는 법원의 판결을 지목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6년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한의사의 CT사용과 관련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한의학을 ‘분비물과 배설물의 변화를 관찰하고 환자로부터 나타나는 소리와 냄새의 변화를 통해 질병을 진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판결은 한의약의 과학화를 촉진하라는 한의약 육성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업계에서 가축의 임신여부를 진단할 때, 공항 검색대에서도 사용하는 X-ray를 의료인인 한의사들은 쓰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국민건강과 국익발전의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도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질의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저용량 X-ray 및 초음파검사기)에 대해서는 한의사가 직접 사용이 가능토록 명확한 규정과 관리·감독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복지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목희 의원은 “한의사들은 CT, MRI 등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나 서양의학적인 진찰행위를 하겠다는 아니다”며 “안전성이 확보돼 있는 저용량 X-ray나 초음파검사기로 염좌 등의 기본적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한방진찰을 좀 더 과학화·정보화 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한의사의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한의협이 지난 9월 실시한 ‘한방의료 이용실태’ 설문조사 결과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초음파검사기를 사용한 한의원 14개소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 등을 들었다.

▲ 지난 9월 8일 한의협 주최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한의계 사상 첫 '사원총회(전회원 총회)’가 열렸다.

한의협 “현대 의료기기 사용 의료법·한의약 육성법에 명문화가 목표”국정감사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발언이 이어지자 한의협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금지하는 법률조항은 어느 곳에도 없는 만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명확하게 보장하는 법률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활용 권장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특정 이해단체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권 보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김태호 홍보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국회 차원에서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여론몰이를 위한 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 및 한의약 육성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의약 육성법의 의의를 살려 한의약이 현대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및 유관단체와 협의를 통해 진행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복지부는 이날 국감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불필요한 규제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어 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 직능 간 갈등 문제는 보건의료직능방전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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