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법안소위 앞두고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개최
"간호사 양성·처우개선 국가가 책임지게 간호법 제정 필요"

[라포르시안] 전국 간호사들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 심의를 하루 앞두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집회 허용인원에 맞춰 전국에서 모인 499명의 간호사들이 참석했다. 

집회 허용인원 초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간호사들은 결의대회 현장 인근에서 ‘간호법 제정’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결의대회 장소 곳곳에는 ▲여야 3당은 간호법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정책협약을 지켜라 ▲의사협회는 간호사가 독자 진료행위 하게 된다는 허위사실 유포 중단하라 ▲이제는 코로나 영웅 칭송이 아닌 간호법을 달라 ▲40년 전 만든 간호사 배치기준, 간호사 지쳐 죽어간다 등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관련 기사: 여야 3당서 '간호 단독법안' 잇따라 발의…이번엔 가능할까?>

특히, ‘코로나 고된 업무에 쓰러진 부산 동구보건소 고 이한나 간호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업무 과중 호소하며 쓰러진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간호사 삼가 고인의 명봅을 빕니다’ 등 고인이 된 동료 간호사를 기리는 현수막도 있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전국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최근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 간호사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스스로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2018년도에도 서울 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 때 간호사들의 태움에 대해 이슈가 됐는데 태움은 간호사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인력이 부족한 상황 때문으로,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보건노조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보건복지부와 교섭을 통해 합의를 이뤘지만 노정 합의 이행만으로는 간호사들의 문제를 완벽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간호사들의 수급, 교육, 양성, 처우 개선을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20년차 현장 간호사.
20년차 현장 간호사.

이날 결의대회에는 현직 간호사가 참석해 일선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자신을 20년차 평범한 간호사라고 소개한 그는 “희생과 봉사가 간호사의 기본 미덕이라고 누가 그랬는가. 간호사들은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당할 뿐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간호사들은 밥 먹고 물 마시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없다.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야 한다. 그 시간에 환자 한명 더 보기도 바쁘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야 국민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국회의원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을 것이다”라며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간호사는 희생과 봉사의 대상이 아니라 간호법으로 움직이는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림 회장은 “우리 간호사들은 대한민국에 46만 간호사를 대표해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더 이상 간호사 후배들에게 선배들과 똑같은 환경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고령 사회에서 안전한 보건의료와 간호 돌봄을 위해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간호법은 간호사 하나를 위한 법이 아니며, 국민이 안전한 보건의료와 전문적인 간호 및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헌법에 의한 국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간호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정책 협약을 맺은 여야 3당에게 간호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국회의원들로 문전성시 간호협회 행사장...열악한 간호사 노동현장>

그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난해 대한간호협회와 정책 협약을 맺은 여야 3당에게 간호법을 제정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우리 사회가 일상으로의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공공의료의 강화와 보건의료 인력의 대세적 확충이 필수적임에도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간호사가 독자 진료 행위를 할 것’이라는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신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 행위를 하게 될 것이고 보건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라”며 “지난 2020년 8월 코로나19 대유행의 엄중한 시기에 의사들의 진료 거부와 집단 휴진으로 국민은 큰 상처를 입었고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밑바닥으로 추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닥칠 보건의료 위기 앞에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직역과 관련된 법안 제정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정치권을 겁박하는 것은 결국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만 더욱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 회장은 “이제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2021년 11월 24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간호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법안을 심의할 국회의원들에게 간호사들의 결연한 의지를 전한다. 여야 3당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정책 협약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약 두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결의대회는 대한간호협회와 16개 시도간호사회의 안내에 따라 방역수칙과 거리 질서를 준수하며 진행됐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현장을 정리하고 쓰레기 등을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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