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특약사항에 '사직서는 2개월 전 제출·위반시 손해 배상 책임' 명시
병원측 "경찰 수사 의뢰로 철저한 진상규명"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신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 관련해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23일 오전 11시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생한 신규 간호사 죽음 관련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확인한 상황으로는 고인이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했고, 업무는 과중했다. 고인은 신규간호사인데도 평소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며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병실을 열 수가 없을 정도인데도 병원은 환자를 받으라며 병상수를 늘려갔다"고 주장했다. 

숨진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태움'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거나 환자 앞에서 챠트를 던지고 모욕하는 태움과 괴롭힘까지 겪어야 했다. 힘들다고 호소하고 부서이동 요구와 사직까지 타진했으나 부서이동 요구는 거절당했고, 퇴사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그만둘 수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건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대답 뿐이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특약사항대로였다"고 지적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간호사 사망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의정부을지대병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사회적 타살">

노조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유가족과 대리인을 참가시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보장하고, 진상조사 결과를 명백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병원은 인력 부족과 직장내 괴롭힘, 노예계약에 다름 아닌 근로계약서 특약사항 등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근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는 특별근로감독과 간호등급 운영에 대한 실사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숨진 간호사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입사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공개했다. 근로계약서 특약사항을 보면 ▲계약체결일로부터 최소 1년 근무할 의무 ▲이중합격한 병원에 입사하기 위해 사직하지 않을 것 ▲사직하고자 할 경우 최소 2개월 전에 사직서 제출 ▲위 사항을 위반해 병원에 손해 및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배상 책임 등을 명기해 놓았다. 

노조는 "이 특약사항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직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고 인력을 착취하기 위해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리는 현대판 노예계약문서에 다름 아니다"며 "고용노동부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간호사 사망 관련해 내부 진상규명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난 20일 의정부경찰서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

병원은 "간호사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유가족의 의혹을 해결하고 올바른 조직문화를 선도하고자 의정부경찰서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유가족의 의혹을 해결하고, 추가 피해를 예방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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