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협회, 복지부·식약처에 ‘유통구조 개선’ 의견서 전달
‘의약품 도매업’ 동일제도 주문…“규제강화로 영세대리점 존립 힘들 것”

[라포르시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회장 유철욱)가 현행 의료기기 유통구조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의약품과 동일한 제도 시행 추진을 본격화해 논란이 예고된다.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 개선’ 문건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 개선’ 문건

라포르시안 취재 결과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에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도 신설’을 골자로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자가 입수한 12쪽 분량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 개선’ 문건에 담긴 내용으로 그간 유철욱 협회장이 추진의사를 밝힌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문건은 앞서 협회가 복지부 국장 출신 임종규 씨가 대표로 있는 삼정행정사사무소와 4,000만원의 연구용역계약을 통해 도출된 자료로, 최종 보고서가 아닌 초안 형태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철욱 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지난달 2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리점들이 의료기기 품목에 따라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0~50%에 달하는 높은 마진율로 유통비용 거품이 많고 이는 곧 공급사의 피해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관련 기사: 내우외환 겪는 의료기기산업협회, 대체 무슨 일이?>

이 같은 주장은 대리점이 수행했던 유통과 영업부문 가운데 유통(물류)는 대형화·전문화된 유통전문대리점이 전담하는 대신 기존 대리점의 경우 공급사와 영업마케팅에 대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판촉영업 대행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의료기기 CSO’(Contracts Sales Organization·판촉영업대행사)를 양성화하자는 것이어서 업계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협회가 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한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도 신설’은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분석된다.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 개선’ 문건에 따르면, 협회는 현행 의료기기 판매업이 신고제 운영으로 관리상 한계가 있다며 허가제를 시행해 철저한 사전·사후관리로 유통 투명화를 이뤄내는데 기여한 약사법상 의약품 도매업과 같이 의료기기 ‘도매업’을 신설하고 ‘허가제’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의료기관개설자에게 치료재료를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의료기기 도매업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주문한 것.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를 받기 위한 시설 및 인력 기준도 명시했다.

영업소·창고 및 시설기준을 신설하고 의공기사 등 자격 또는 면허를 소지한 사람을 ‘도매업무관리자’로 두고 자치단체장에게 인력 신고를 해야 하며, 의료기기 도매상의 경우 일정액 이상 자기자본금을 보유해야한다는 내용이다.

협회 주장대로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가 현실화되면 중소·영세대리점은 강화된 시설·인력 기준 및 자기자본금 보유액 요건을 맞추지 못해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 수입업·판매업을 하고 있는 모 업체 임원은 “대리점의 80% 이상이 영세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대리점이 폐업을 하는 등 심각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 신설은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이 아니라 협회가 추진하는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일부 대형화된 대리점이나 간납사만이 의료기기 유통을 과점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역시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 신설 의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기기유통협회 신동진 회장은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는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역행할 뿐 아니라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을 막아 영세 상인을 보호하는 정책과도 배치된다”며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의료기기관리과에서도 의료기기 도매업 신설과 의공기사 의무채용 등 허가 기준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대리점들은 점점 낮아지는 마진율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주장하는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는 자본력이 있는 일부만 살아남고 나머지 중소·영세대리점은 유통과 판매를 하지 말라는 약육강식 논리로 그로 인한 논란과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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