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욱 협회장 취임후 8개월 특허소송·노동청 피소 등 잇따라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 추진 관련 논란 일수도

[라포르시안] ‘내우외환’(內憂外患). 취임 8개월을 맞은 유철욱 제9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이 처한 현실은 이 사자성어로 요약된다.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기술 아이디어를 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료기기업체 대표가 모인출원으로 특허 소송이 불거지고, 퇴사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협회 직원과 임원을 지방노동고용청에 고발한 사건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협회장 자격 논란은 물론 의료기기 전문 CSO(Contracts Sales Organization·판촉영업대행사) 제도화 추진 의혹까지 겹치며 협회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라포르시안은 논란과 의혹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명확한 해명을 듣고자 지난 22일 유철욱 협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기자의 자의적인 판단과 해석을 배제하고자 2시간 40분 분량 녹취록을 토대로 질의응답 형태로 소개한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그간 협회는 의료기기 개발과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의료기기업체와 병원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전임 협회장이 주선한 비공식 자리에서 상급종합병원 의사 L씨의 아이디어를 공유한 협회 위원장이자 의료기기업체 K 대표가 해당 기술을 이용 혹은 도용해 특허출원을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사건은 L 의사가 속한 학교 측 산학협력단이 대응에 나서면서 특허 소송으로 번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일각에서는 협회장이 이 과정에서 중재에 나서야했지만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K 대표를 감싸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 제기가 있다.

의료기기업체가 병원·의사와 특허 소송이 발생한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협회장으로서 K 대표에게 자칫 협회와 의료기기업계 종사자들이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병원과 조속히 원만한 해결을 하라고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K 대표는 본인도 억울한 점이 많고 충분히 대처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었고, 이후 병원 측에 특허등록 취소 등 합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이 사안을 담당하다보니 안 받아들여졌고 결국 특허 소송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K 대표에 대한 징계 의견을 제시한 협회 몇몇 인사들에게는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소송 결과 또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허 소송을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소송 결과를 떠나 이번 일로 협회와 업계 모두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판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 병원·의사가 과연 협회를 비롯한 의료기기업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협회장이 대표에 대한 위원장 및 회원 자격 박탈 등 합당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회 각 위원장들은 협회를 위해 봉사하고 고생하는 분들이다. 물론 협회장이 임명권자이지만 그렇다고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고 소송이 진행 중이며 명백한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외부 의견에 따라 김 모 대표의 자격을 박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한 점은 원칙적으로 임기 동안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협회 위원장·이사 등 임원이 연루된 일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입증할만한 명백한 잘못이 없다면 강제로 자격을 박탈하는 등 인사 조치는 없을 것이다. K 대표에 대한 위원장 및 회원 자격 박탈은 협회장의 또 다른 월권이자 불법이라고 생각한다.

-협회 김 모 부장은 관세청 파견 당시 일정기간 재택근무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누락한 채 교통비 명목의 파견수당을 받은 것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협회는 김 모 부장의 보고누락만을 문제 삼아 축소 처벌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협회장의 파행적인 인사위원회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모 부장의 직속상사로 파견수당 부정 수급을 처음 보고받은 나 모 전무이사를 배제한 채 인사위원회를 열어 적법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김 모 부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파견수당을 받은 건 아니다. 재택근무 자체가 코로나19 때문에 생기지 않았나. 재택근무와 관련된 협회 규정이나 시스템이 없거나 미비하다보니 해당 직원이 단순 실수 차원에서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모 부장은 실제 재택근무를 했고 본인 스스로 보고누락의 잘못을 시인했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릴만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의 서면 경고 조치가 이뤄졌다.

인사위원회에서 나 모 전무이사를 배제한 것은 이해관계가 있는 기피당사자이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김 모 부장 인사위원회는 협회장을 비롯한 상근부회장과 수석부회장 2명이 참석했다.

-최근 퇴사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협회 직원과 임원을 지방노동고용청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신고당한 임원은 “00도 밥값은 한다.”라고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임원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퇴사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신고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협회는 과거 직장 내 폭행사고가 발생하자 재발 방지를 위해 2019년 4월 10일 정관 ‘제6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취약점이 드러났다. 더욱이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은 협회에 남아있고 피해를 호소한 피해자만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 퇴사한 직원과는 협회장 취임 후 지난 4월 면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말이 없었고 과묵한 성격인 것 같았다. 요즘 시대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성희롱 사건처럼 중히 다뤄야하는 만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자 했다. 해당 부서 팀장과 전무이사·상근부회장 의견을 들어보니 퇴사한 직원이 나이가 많다보니 본인 업무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고 팀장·팀원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홍보팀으로의 부서 이동을 통해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퇴사했다. 폭언을 했다고 지목된 임원에게 사실여부를 물어보니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 만큼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신고가 취하됐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교육을 6개월마다 시행하고, 상급자라고 해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아래 직원을 일방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분명히 했다. 또 협회 내 괴롭힘 문제가 있으면 협회장 이메일이나 사내 투고함을 통해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간 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의료기기제조업·수입업 대표이사가 맡아왔다. 협회 정관(규정집)을 보면 ‘의료기기법 규정에 의거 의료기기 제조업·수입업 등 허가를 득한 자’, 즉 대표이사를 협회장 자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2008년 4월 1일 신설된 하위 규정에는 ‘회원사 임원은 협회 임원으로 취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각에서는 현 협회장이 의료기기업체 대표이사가 아닌 상황에서 회장 자격 요건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현 협회장이 회장 입후보 당시 대표이사로 있었던 ‘쥬디스코퍼레이션’의 법원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보면 지난 6월 1일부로 새로운 대표이사가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쥬디스코퍼레이션에서의 직책은 뭔가.

= 현재 등기이사로 돼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문을 할 것이냐 회장을 맡을 것이냐가 남아 있는 상태다. 쥬디스코퍼레이션의 지분율 3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임기도 2년 남아있었지만 협회 일에 전념하고자 스스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협회 정관을 살펴봤다. 규정상 대표이사가 아니면 협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면 스스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겠나. 하위 규정에 회원사 임원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협회장직 수행에 문제될 게 없다.

-물론 하위 규정에는 회원사 임원(등기이사)도 협회 임원(회장)에 취임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해당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과거 일부 외투사 대표가 외국인이여서 회무 참여가 어렵거나 협회장을 역임한 후 이사로 참여가 어려울 경우 대리체계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더욱이 협회 각 위원장조차도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기업체 등기이사가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 않겠나.

= 의료기기업체 대표이사가 협회장을 맡으면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차 말하지만 협회 정관상 문제가 없다. 오히려 대표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협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2년 임기가 남아있었지만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것이다.

-쥬디스코퍼레이션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려 자격 논란을 해소할 생각은 없나.

=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협회 정관에 명목상이라도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려야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런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만약 협회장 자격 요건이 대표이사라면 내일이라도 쥬디스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를 다시 하면 된다.

-쥬디스코퍼레이션의 모기업 ‘유디스 인터내셔널’에서는 여전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2000년 국내 최초로 영업·마케팅 전문조직으로 출범해 국내외 제약사·의료기기업체들과 Co-marketing 및 Co-promotion 계약을 통해 전략적인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초 최대의 CSO업체’로 소개돼 있다. 현재 회사 직원은 몇 명이며, 판촉영업대행을 하고 있는 의료기기는?

=직원은 약 30명이다. 유디스 인터내셔널은 의약분업 시행 직후 설립한 회사로 의약품·의료기기 영업마케팅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 품목은 사이넥스 항암보조용 구내염 치료제 ‘에피실’의 판촉영업대행을 하고 있다. 유디스 인터내셔널은 공정경쟁규약을 100% 따르고, 지출내역보고 또한 규정대로 작성하고 있다. 쥬디스코퍼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유디스 인터내셔널 대표이사도 곧 부서장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협회 유통구조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면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으로 일종의 ‘유통전문대리점’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인이 구상하는 유통전문대리점의 명확한 개념과 그 필요성은 무엇인가?

=의료기기 유통전문대리점은 기존 대리점의 과도한 유통(물류)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의료기기 유통이 이뤄지도록 선진화 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의 대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공급사의 약 75%가 대리점을 활용하고 있으며, 대리점이 물류와 영업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기기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0~50%에 달하는 높은 대리점 마진율로 유통비용 거품이 많고 이는 곧 공급사의 피해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사와 대리점과의 계약에 있어서도 ▲할인·할증율 ▲회전율 ▲담보 제공 ▲가납관리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 자체가 없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대리점은 GSP(Good Supply Practice·유통품질관리기준) 규정에 따른 철저한 유통안전관리가 이뤄져야하지만 미흡하다보니 생물학적 제재 등 의료기기 안전성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치료재료의 95% 이상이 급여품목인 상황에서 향후 정부가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를 통해 유통단계별 할인가에 대한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자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험가를 인하할 경우 공급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존 대리점이 해왔던 유통과 영업 부문 가운데 유통(물류)은 대형화·전문화된 ‘유통전문대리점’이 전담하고 공급사와 상한율을 정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대신 기존 대리점은 현재 물류를 대형화하거나 또는 공급사와 영업마케팅에 대한 서비스(판촉영업대행) 계약을 체결해 판매 수수료를 받아 전문화하는 것이 추진 방향이다.

-협회는 오랜 시간 간납사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현재 협회가 추진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간납사 문제보다는 유통전문대리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전임 집행부에서는 간납사 피해에만 초점을 맞췄다. 간납사는 병원에서 구매대행을 위임할 수 없도록 법령이나 시행령 등 규정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간납사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의 유통전문대리점을 대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협회장 임기 동안 유통전문대리점을 제도화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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