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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소리]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계산맹’의 착오?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 전현우와 황승식 옮김 / 살림출판사 펴냄, 2013년

지난 주 제롬 그루프먼과 패멀라 하츠밴드 교수의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를 소개하면서 안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는 여성들의 심리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그들이 단순히 느낌 말고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줄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을 다룬 게르트 기거렌처소장의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골랐습니다. 먼저 간단한 문제를 같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증상이 없는 40대 여성에게 유방암 조기검진을 받도록 권장하는 사업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 여성들 가운데 유방암이 있을 확률은 0.8퍼센트다. 만일 어떤 여성이 유방암에 걸렸을 경우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올 확률은 90퍼센트다. 만일 어떤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올 확률은 7퍼센트다. 이제 한 여성이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실제로 유방암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인가?(61쪽)” 많은 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될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으실 것 같아 조금 쉽게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1,000명 중 8명의 여성이 유방암에 걸린다. 이 8명 중 7명은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올 것이다.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992명의 여성 중 70명에서도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올 것이다. 이젠 검진 결과 유방촬영술 양성이 나온 여성만 고려해보자. 이중,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유방암에 걸렸는가?” 많이 쉬워졌죠? 그렇습니다. 1,000명의 유방촬영술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는 77명이고 이 가운데 유방암에 걸린 여성은 7명이니 9퍼센트의 정도의 비율입니다. 이 문제는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고려하여 검사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의 유방암 전문 외과의사는 “전체 여성 인구의 57퍼센트가 유방암 고위험군이며 유방암의 92퍼센트가 이들 집단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체 여성인구의 13명 중 1명은 40~59세 사이에 유방암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그는 고위험군 여성 2명 또는 3명 중 1명은 40~59세 사이에 유방암에 걸린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위험군에 속해 있으면서 유방암이 없는 여성, 즉 여성의 절반 이상에게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권했다는 것입니다. 이 의사의 주장을 빈도표기법으로 재구성해보면, 1,000명의 여성 가운데 570명이 고위험군에 속하는데, 전체 여성 1,000명 가운데 77명(13명 중 1명)이 40~59세 사이에 유방암에 걸리고, 이들 가운데 71명(77명의 92퍼센트)이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570명의 고위험군 여성 가운데 71명에게서 유방암이 생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외과의사가 주장하는 고위험군 2명 또는 3명 중 1명이 40~59세 사이에 유방암에 걸린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은 연령에 따른 유방암 발생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결과 1,000명의 여성 중 36명이 40~59세에서 유방암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고위험군 17명 중 1명의 비율입니다. 그 외과의사가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시행한 90명의 여성 가운데 85명 정도는 어찌됐든 유방암이 발생하기 않았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메이요병원에서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639명을 조사했더니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확실성을 주지는 못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7명에서 유방암에 걸렸고, 이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뚜렷한 수명연장효과도 없이 삶의 질만 떨어졌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의료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검진 혹은 치료방향을 결정하기 위하여 제공되는 정보들은 통계와 확률료 표시되기 때문에 자료를 설명하는 의사들조차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혼란스러울 때가 많고, 이를 듣는 환자 역시 질병에 대한 위험이 지나치게 심각한 인상을 받거나, 치료효과를 과대평가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현대의학이 사례를 중심으로 한 전통의학의 감각적인 치료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례들에서 추출해낸 공통점을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치료결과를 보다 분명하게 추론할 수 있게 된 데 힘입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오류>에서 토머스 키다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통계수치보다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천성을 가지고 있어 오류를 빚어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명쾌함, 확실성, 보편성, 낙관성, 실행 가능성, 호감도, 파격적인 주장, 이야기, 숫자, 회고적 관심 등을 기대하는 비전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노력하다 보면 중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측정, 잘못된 자료의 측정, 잘못된 동물시험 연구, 원하지 않는 자료의 폐기, 골대 이동, 교란변수, 숫자조작,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오류 등과 같은 비의도적 혹은 의도적으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지식갤러리, 2011).

통계를 전공한 최제호 박사는 <통계의 미학>의 서론에서 “동일한 출처의 통계자료가 각기 다른 해석과정을 거쳐 서로 상반된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통계자료 이해‘능력은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적었습니다. 통계자료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불필요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거렌처 소장은 프로작의 부작용, 유방암촬영술의 양성 결과,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DNA흔적에 대한 검사, HIV검사의 악몽 등과 같은 현대의학을 대표할 수 있는 검사법의 한계를 인용하여 불확실성을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알아야 될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세금 말고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을 참고하여, 기술은 심리학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적 기술은 절대적으로 확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저자가 ‘프랭클린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 세계의 불확실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독자들에게 ‘무엇이 진실인가?’라고 묻습니다. HIV 검사에서 양성결과가 나왔다는 통지를 받고 절망에 빠진 20대 여성이 에이즈 환자들과 콘돔 없이 섹스를 했는데 몇 달 후에 다른 질병으로 검사를 다시 했더니 첫 번째 검사결과가 틀렸더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정말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에 저자는 ‘확실한 것은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유방암 검진, 에이즈, 폭력, 재판, DNA 지문,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 등에 관하여 꼼꼼하게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암절제술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저자는 ‘계산맹’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용어를 써서 ‘수치’, ‘통계’, ‘확률’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혼란 속으로 몰고 들어가는 ‘확률’로 표현하는 방식을 ‘자연 빈도’로 바꾸게 되면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시술을 통하여 예측할 수 있는 생존가능성이나 특정 시술이 가지는 위험성을 확률로 표시해왔고, 환자들 역시 이런 표현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범죄현장에 남아 있는 생물학적 증거물을 바탕으로 한 DNA검사가 범죄자를 밝혀주는 거의 확실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즉, 피고인의 DNA가 범죄 현장에서 찾아낸 DNA와 일치한다면 피고인이 그 흔적의 원천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일치가 피고인이 유죄인지, 심지어는 흔적의 원천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HIV검사처럼 인적 혹은 기술적인 문제로 실험실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매우 드물게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DNA패턴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그 흔적이 피고인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일부러 피고인의 흔적을 범죄현장에 가져다 두었을 가능성, 그리고 피고인이 범죄와 무관하게 사건 전후에 현장에 등장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미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OJ심슨사건을 인용하여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생물학적 증거물에 대한 DNA검사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혼외아들 여부와 관련하여 유전자검사가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친자관계를 밝혀주는 DNA검사를 하면 모든 정황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최근 수행된 DNA분석결과 서방국가의 전 인구 가운데 대략적으로 5~10퍼센트 정도는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남성과는 다른 인물을 생물학적 아버지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친자관계 검사 시장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1997년에 24만 건의 친자확인검사가 행해졌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시류를 나타내는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가장 붐비는 고속도로 위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누가 아버지일까?’라는 분홍색 네온사인 광고가 있다. 아이의 어머니, 아이, 그리고 추정상의 아버지에게서 채취한 표본을 가지고 광고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500달러만 내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244쪽)” 우리나라에서 처럼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조건은 없는 모양입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태어나는 아이 100명 중 2명 수준인 혼외자녀에 대해 어떠한 사생활 폭로와 인권침해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고 하겠습니다(중앙일보 10월 6일자 기사, “‘혼외자녀’ 출생 급증세…지난해 만 명 넘어”).

“나는 DNA 지문검사를 할 수 있다는 단순한 가능성만으로도 친자관계를 부인하는 행동을 끝낼 수 있고, 어머니의 성생활을 들춰보는 행동을 막을 수 있으며,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242쪽)”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자는 DNA검사가 친자관계를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DNA분석검사 역시 불확실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DNA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데 한계를 가지는 것처럼, 인적 혹은 기술적인 문제로 실험실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매우 드물게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DNA패턴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 일부러 검사표본을 바꿔치기 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이 DNA검사의 한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사건에서 DNA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새로운 논란이 시작되는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과정에서 보인 해당 고위공직자의 모습을 두고 어떤 신경정신과 의사는 “법조 최고의 엘리트 중 한 사람 아닌가. 법적 사유체계(legal mind)에 기초해 신중하고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본다. (중략) 현재 상황에서 유전자 검사는 쉽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인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중앙일보 10월 6일자 기사, “모른다고 일단 부인 상황 봐가며 수위조절”)라고 했을 것입니다.

읽다보니 저자의 주장에 의문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탈 수 있는 게임쇼 몬티홀 문제입니다. 세 개의 문을 열면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고,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당신이 하나의 문을 골랐을 때,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진행자가 다른 하나의 문을 열어 염소를 보여주었을 때 당신은 고른 문을 버리고 다른 문을 열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확률을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자동차가 있는 문을 골랐을 때, 진행자가 열 수 있는 문이 두 가지라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묶은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틀렸을까요?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라는 원제처럼 골치 아픈 통계에 관한 책입니다. 골치 아프다고 피하기만 하다가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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