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대웅·신풍제약 등 약물재창출 방식 치료제 개발 도전
"최종 효과 입증돼 허가로 이어지는 경우 드물어"

[라포르시안] 국내에서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중인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명확한 타깃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시험관 데이터에 근거한 만큼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경증 및 무증상 환자의 재택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는 신풍제약,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진원생명과학, 부광약품 등이다.

이 중에서 부광약품은 최근 경구용 치료제 개발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의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 들었으나 2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끝내 포기를 선언했다.

부광약품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면서 레보비르와 같은 약물재창출 방식 치료제 성공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 기사: 부광약품, '레보비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실패..."개발 중단">

현재 국내에서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는 대웅제약, 신풍제약, 진원생명과학 등이다.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및 위절제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코비블록’,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진원생명과학은 면역억제제로 개발 중인 ‘GLS-1027’의 약물재창출을 통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구용 치료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경증 및 무증상 환자에서의 연령대를 불문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다. 실제로 대웅제약과 신풍제약 등은 2상 임상시험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먹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A제약사 관계자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경증 및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임상시험에서 50대 이상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40대 이하는 면역력이 좋아 기본적으로 증상 개선이 가능한 연령층이라 임상시험에서 약물을 복용하나 안 하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 현재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부분 제약사들이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일부 제약사는 2상 임상시험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진 못했지만 결과를 놓고 최대한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달 중 코비블록에 대한 추가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대웅제약,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 임상 2b상 투약 완료>

대웅제약 관계자는 “2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증상 완화 기준 평가와 성별·연령·복용 중인 약 종류를 비롯해 증상별 세부 분석을 통해 혹시 놓친 부분 없는지, 의미있는 결과 도출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며 “아울러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면 어떤 식으로 디자인해서 가야할지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약물재창출 방식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시험관 시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더라는 생체외 시험(In vitro) 데이터만 가지고 실제 확진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 아래 시작한 것”이라며 “시험관 내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실제 최종 효과가 입증돼 허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확률 상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이런 이유로 약물재창출 방식은 처음부터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용도변경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결국 현 시점에서 볼 때 뚜렷하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제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개발 중인 약물재창출 방식 경구용 치료제의 3상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핵심은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점인데 이미 2상에서 입증하지 못한 만큼 3상에서도 불확실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MSD의 경구용 치료제는 폴리머레이즈를, 화이자는 프로테아제를 명확하게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약물재창출 방식 치료제는 초기부터 작용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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