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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송 너무 좋아하지 말자이경권(변호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

몇 해 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진 사건이 있다. 이른바 '눈미백 수술'의 부작용 사건이 그것이다. 미용 목적으로 결막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사시나 눈 표면에 구멍이 뚫리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여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소송에서 의료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대부분 설명의무 위반만이 인정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언론에서 문제를 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건복지부가 눈미백 수술이라 불리는 국소적 결막절제술(regional conjunctivectomy)에 대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술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눈미백 수술은 신의료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조직,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토한 후 수술중단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의사는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최근 항소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수술의 전면중단을 명령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보건의료 분야에서 소송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소송이라고 하면 대부분 의료과실을 원인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최근에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또는 각종 협회들이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정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소권(訴權)은 보장되어 마땅하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거나 법률적 견해가 다를 경우 당사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좀 우려할만하다. 소송을 하지 않아야 할 사안까지 소송을 제기해 일도양단식 판결에 맡기려는 현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입법으로 해결했어야 할 사안을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고, 당사자 합의로 해결했어야 마땅한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절차적 하자가 있기는 하지만 실체적인 판단에 있어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 사안에 대하여도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실익이 없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회원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벌이는 소송도 있는 것 같아 더욱 불편한 마음이 든다.

법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부작용도 낳는다. 눈미백 수술의 경우를 보자. 의학계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수술의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해 검토해 내린 결과를 법원이 뒤집었다는 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누가 더 전문가인가? 한 사람의 독단적 결정도 아니고 여러 전문가들이 합의한 사실이 오히려 비전문가라 할 수 있는 법원에 의해 부정되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론을 의식해 수술중단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보건복지부도 문제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합의에 불복하여 전문가 영역에서 해결될 문제를 법원으로 가지고 간 해당 의사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의료계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소송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이경권은?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68회 의사국시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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